오늘의 한국교회는 도시와 농촌과의 관계에 있어 본당의 격차 및 교구의 격차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있다. 실은 한국의 도시화현상은 근래에 와서 급격히 진행됐다. 특히 한국경제의 성장과 함께 공업화가 진행되어 10여년 사이에 폭발적인 도시화현상이 일어났다. 이 도시화현상이라는 사회변동은 경제개발과 사회개발의 엇갈림으로 지역격차를 심화시켜 농촌과 도시간에 경제력의 차를 주로하는 사회ㆍ문화와 의식수준의 차를 야기하여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이 교회 내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메시아의 새로운 공동체라고 일컫는 교회공동체가 그럴 만큼 참 공동체냐고 물어야 할 정도로 사회와 똑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도시교회와 농촌교회와의 사랑의 나눔이 이루어지지 않고 그 유대조차 뚜렷한 방향과 진로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물론 부분적으로 신도들의 활동으로 나눔의 실천이 있었으나 그것조차 문제로 부상될 만큼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릇 교회는 서로 나누어 가지는 나눔의 공동체이다. 본질적으로 그리스도의 교회는 공동체이기에 사귐의 신비를 체험해야만 한다. 그 사귐의 체험은 무엇보다도 서로 나누어 가지는데 있다. 신약성서에서의 사귐이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에서 공동의 삶 생활양식을 함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는 일에 자기도 참여하며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것 즉 예수 그리스도의 뜻에 뿌리박은 삶이 양식을 의식적으로 나누는 것이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메시아의 새로운 공동체에 있어서 나누어가지는 생활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쳤다. 사실 예수의 공동체는 모든 것을 서로 나누어가지는 새로운 공동체를 약속해준다.
초대교회의 신도들은 예수의 새로운 공동체 가운데서 다른 사람들과의 완전한 나눔을 할 수 있는 참으로「자유한 자」가 되었다. 그들에 있어 공동체란 인간행복의 기초가 되어있는 모든 것을 모든 면에서 완전히 서로 나누어 가지며 특히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유물까지도 나누어 가지는 모임이었던 것이다.
『착한 일을 하며 선행을 풍부히 쌓고 있는 것을 남에게 아낌없이 베풀고 기꺼이 나누어 주라고 하시오』라고(I 디모테오 6ㆍ18)할 정도로 말이다.
인간의 역사 가운데서 인간 서로가 어떻게「함께」사느냐 하는 문제가 최대의 관심사가 아닌 시대는 별로 없었다. 그러기에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가난의 시대는 다른 시대이상으로 공동체적으로 함께 사는 문제가 긴요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리하여 형제적 나눔을 산다는 것이 오늘의 세계와 아울러 교회에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한편 요즈음 공동체에 대해서 많이 논의되고 또 중요시하는 그만큼 우리들이 참 공동체를 가지지 못하고 그 참 공동체를 찾아 헤매고 있는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 땅에 빛을」전략적 구호로 내걸고 2백주년을 맞으려는 한국교회가 이 땅에 무슨 빛을 던져주려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왜냐하면 2백년 동안 복음을 살아서 교회를 성장시켜 왔다는 그 교회 내에 본당적, 교구적 수준에서 이른바 빈부(貧富)의 차가 문제될 만큼 심하다면, 또한 이에 대한 주교단의 차원 및 교구의 차원에서 사목적으로 관심을 쏟지 않고 배려를 게을리 하고 있다면 어떻게 빛의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 하는 걱정이 있기 때문이다.
도시본당의 거대화는 상대적으로 농촌본당의 왜소화를 필연적으로 초래함으로써 도시본당의 부요함과 농촌본당의 가난함은 경제적 격차뿐만 아니라 교회공동체의 일치성에의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좋은 일을 하고 서로 사귀고 나눠주기를 게을리 하지 마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이런 것을 기쁘게 받아 주십니다』(히브리 13ㆍ16)라는 가르침과 같이 우리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나누어 주기위하여 자기를 내주신 그리스도의 몸으로 자기 자신과 자기의 모든 것을 나누는 제사 즉 미사를 봉헌할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받아 주실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나눔의 복음적 의미를 묵상하는 가운데 함께 가난을 나눌 때 자기가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열리고 그 미래에 하느님의 현존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진정 주교회의와 아울러 대도시교구는 복음적 형제애에 바탕하여 都ㆍ農간의 나눔을 실현토록 사목적 배려를 하여 한국 교회 내에 사귐의 신비와 사랑의 신비를 눈에 보이게 하여 그리스도의 교회다운 참모습을 갖는 교회공동체를 형성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더욱이 진일보하여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눔의 공동체를 건설토록 그리스도의 빛을 비출 수 있게 애써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온 백성은 그 가르침을 깨닫고 마냥 기뻐하며 돌아가서 크게 잔치를 벌이고, 없는 사람에게는 몫몫이 나누어 주면서 먹고 마시며 좋아하였다.』
(느헤미아 8ㆍ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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