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범행 장소에 나타나 뒷일을 꼭 확인해 본다고 한다. 자기가 저지른 일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 지를 알아보려는 심리작용 때문이란다.
도난사건이 성당에서 일어난 때였다. 범인이 뚜렷한 물적 증거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갔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야할지 막연해진 경찰은 성당에 상주하듯 하면서, 도난당한 사람에게 자꾸 묻는다. 물어오는 수사관에게 잃어버린 것이 무엇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해야했고 같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되풀이해야했다. 그러다보니 잃어버렸다는 사실만도 그리 즐겁지 않은데 이사람 저 사람에게 반복하여 설명하느라고 시달리다보니 남이 알도록 도둑맞아서는 절대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도난당한 가방에 매어두었던 이름표가 도난사건이 일어난 지 이틀 만에 성당마당에서 발견되자 성당주위에 수사관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거동이 수상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정체를 확인해 보려고 했다. 일이 이쯤 되자 성당분위기는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런북새통에 어떤사람이 찾아왔다. 오기전에 성당에 도둑이들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알고 있었기때문인지, 아니면 성당이라는데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파헤치려는 듯한 눈초리를 보내는 경찰관의 모습에 주눅이 들었기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되었고 따라서 거동이 부자연스러웠던 모양이었다. 그 이상함을 포착한 수사관이 다가와 확인하려고 물어본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이물음에 그방문객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한다.
『걸어서 왔습니다』
『나원참! 무슨용무를 보려고 오셨느냐고요?』
역정을 내는듯이 다시묻는다.
『천주님 만나러왔습니다』
그러자 그경찰관은 대답하였다.
『여기에 천주님은 없어요』
『?』
성당에서 천주님을 찾는데 천주님계시지않는 성당이라면 이를 어떻게 알아들어야할까?
만일 그렇게 대답한 사람이「천주님」은 요즈음 쓰고있는「하느님」의 한자식표현이고, 성당은 하느님이 계신다는 것을 겉으로 나타내주고 하느님께서 사람들 가운데 늘 함께 계신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집이며, 전례와 기도의 신앙행위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라는 것을 모르고한 이야기라면 무식의 소행이라고 한마디로 일축해 버릴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만일에 그 경찰관이 자기가 애써 찾았으나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천주님은 계시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사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하느님은 계시지 않는다고 말하거나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지않는가!
우리 믿는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은 비가오면 땅이 젖고, 봄이되면 꽃이 피는것보다 더 분명한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우리주위에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모르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음은 무엇때문일까?
그 이유는 다른데서 찾을수 없고 바로 우리 신자들안에, 우리신자들의 생활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느님은 당신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시고 당신처럼 살라고하셨다. 그러나 과연 우리들은 하느님처럼 살고있으며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생활을 하고있는가?
하느님은 당신이 용서해주시고 사랑하시는 분이며 일치시켜 주시고 가진 것을 서로 나누게하시는 분임을 알려주셨는데 우리 신자들이 하느님의 모습대로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며 서로 화목하여 한 공동체를 이루고 가진 것을 적게 가진 사람들과 기꺼이 나누려고 하고있는지?
이런 질문에는 나 부터도 자신있게 그렇게한다고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이 어디서 하느님을 찾아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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