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주교관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한국천주교회 주교회의의 초청으로 내년 5월 3일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사목적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이날 청와대 대변인도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교황성하가 내년 5월 3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역시 발표했다. 기실 한국주교단은 82년 주교회의 춘계정기총회에서 교황을 2백주년 기념행사에 초청서한을 발송했었다. 그후 로마성청과의 협의가 계속되어 이번에 그 결정을 발표하게끔 된 것이다.
우선 교황 방한의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하면서 우리는『왜 이 시기에 교황이 한국에 오는가?』또『왜 한국 주교단은 교황을 초청하는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하겠다. 물론 주교회의 의장인 김수환 추기경은 기자회견 석상에서 사목적 방문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돌아가는 제반정세를 감안해서 그 의미와 목적을 명백히 밝혀두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미 5년동안 30여개국을 방문하는 외국여행을 하였다. 그리하여 교황의 여행이 단순히 특정장소에의 순례나 행사참가의 영역을 넘어서 바로 각 지역의 하느님 백성을 방문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틀림없이 드러냈다.
교황의 여행을 신앙의 순례ㆍ사도적순례ㆍ평화의 순례 등으로 부르고있으나 언제인가 교황 스스로가『나의 각 여행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산聖所에의 참순례이다』라고 말했듯이 교황의 여행은 지방교회에 대한 깊은 신앙과 깊은 사랑에 뿌리박고 있다.
우리는 각 지방의 하느님 백성을「산성소」라고 교황이 부른데에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지방교회와 보편교회의 목자 교황은 지방교회인 한국 교회에 와서 지방교회가 교황과의 일치를 통하여 보편교회에 맺어있음을 친히 굳건히 하고 다지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다. 또한 교황의 한국교회 방문은 지방교회가 보편교회 가운데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와 수행하여야 할 책임을 명백히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사명을 갖는 교회, 그 최고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교황의 아주 조그만 동작도 선교에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교황의 방한에는 가톨릭 신자이든 아니든 간에 모든 사람, 즉 남북 6천만이 그리스도에게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큰 기대가 숨어져있다. 원래 이것은 정치적 야심이라든가, 경제적 진출에 의한 세계제압을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와 일치와 사랑이 지배하는 하느님의 나라를 실현토록 하려는 정신적 차원ㆍ열성적 차원인 것이다.
교황의 방한은 어떤 정치적 야심 정치적 색채를 가지지 않은 순수한 종교적 여행을 의도하는 사도적 순례라는 것을 이 나라의 모든 사람은 명심하여야만 한다. 사목적 방한이란 결코 어떤 특정인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백성 모두를, 나아가서 남북 6천만의 백성을 성삼위의 사귐의 신비 안에서 사귀기 위한 것이다.
교황을 한국에 맞이하기 위하여 시성식이라든가, 환영신앙대회라든가 하는 특별한 이유를 이에 붙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이 땅에 사는 하느님의 백성을 聖所라고 부르고 찾아오는 교황을 주목하여야만 할 것이다.『거룩한 신전』(에페소 2ㆍ21)은 근사한 장치나 거대한 외부행사 외형적 형태로서 빛나게 할 수는 없다. 事所인 이 땅의 하느님 백성을 가난의 영성과 겸손과 순교정신을 오늘날의 삶에 재현하는 믿음으로 사목적 방한을 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와 아울러 외형적 준비를 하여야하겠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외국방문의 출발시「로마」의 공항에서 그 여행의 성격이나 목적을 얘기하는 것이 관례이기에 아직 한국방문의 성격과 목적을 미리 짐작으로 말할 수 없으나 어쨌든 종교적 사목적 사도적 방문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한국주교회의 의장 김수환 추기경은 사목적 방문이라고 명백하게 밝히고 있기에말이다.
따라서 우리가 방한하는 교황께 바라는 바를 여기서 밝혀도 좋을 것 같다. 우선 교황은 무엇보다도 이 땅에 화해와 일치의 사도로서 일치의 순례자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국토분단으로 남북이 분열되어 이 땅의 그리스도의 몸은 두동강이로 절단되어 있고 민족은 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서로 증오와 불신에 사로잡혀 있기에 말이다. 교회를 인류일치의 성사라 일컬을진대 이 민족의 일치를 위하여 최고 목자로써 관심을 쏟고 일치에의 희망 통일에의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여야 할 것으로 믿는다.
진정 화해와 일치의 순례자로서 남북 6천만의 백성을「일치의 순례」로 찾아오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또한 교황은 21세기에의 양심으로써 정의의 사도로 방한하여야 할 것 같다.『지상의 인간생활은 모든 면에서 보다 인간답게 만들고있는가? 그것이 인간생활을 더욱 인간에게 가치있는 생활로 만드는가? 인간이 인간으로서 정말 더 좋아지는가?』라고 회칙「人間의 救援者」에서 문제를 제기하고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이기에 사회 정의의 실현과 인간의 권리의 확인ㆍ존중과 가난한자 억눌린자 소외된자 등에의 고무에 사목적 선교적 배려를 하여야 할 것으로 믿는다.
진정 현대에 있어 21세기에의 양심인 교황께서 민족의 양심을 되찾게 하고 남북 땅에 정의의 빛을 던져 모든 사람을 인간답게 하여 민족의 원점에로 회귀토록 정의의 사도로서의 순례이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한 것이다.
그리고 또 교황은 최고 목자로서 형제들의 신앙을 굳히고 한국교회를 위로 격려하는 가운데 교회의 쇄신이 이루어지도록 은혜의 새 시대를 여는 사목적 방문을 할 것으로 믿는다. 특히 한국 교회와 교황과의 일치 안에서 보편교회의 사명 수행에 진력하는 교회가 되게하고 지방교회로서의 한국 교회의 토착화에 용기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사목적 배려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내년 5월 3일에 오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건강을 빌며 우리들 한국의 교회는 교황과 같은 마음으로『우리의 교황』을 맞이할 것을 다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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