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머니가 자기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을 찾는 기회가 있었다. 여러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뛰어놀고 있었는데 그 중 한 아이를 잡아세우더니 막무가내로 목덜미를 제껴본다. 옷의 상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단다.
그 어머니의 관심은 아이가 입고 있는 옷이 활동하기에 편하며 성장발육에 도움이 되는지, 몸을 잘 보호해주는지 등이 아니라 어떤상표를 달고 있느냐에 쏠려있었던 것이다. 옷의 상표에 따라 좋은 옷인가를 판단할 수 있고, 나아가 아이의 집안의 재정능력까지도 판단할 수 있단다. 옷 중의 가장 좋은 옷은 외국의 무슨회사와 기술제휴한 것이란다. 이런 선호도 덕분에 우리는 외국회사에 비싼 유명세를 내는 음료수를 마시게 되었고 외국회사와 기술제휴한 양말까지도 신게 되었다.
외국말을 배울 때 어느정도 말을 터득하여 의사표시가 쉽게 되면, 저 사람은 외국말로 쌍소리도 할만큼 외국말을 잘 한다는 칭찬을 듣는다.
그런데 말 잘한다는 칭찬을 빨리 듣고싶은 나머지 욕부터 먼저 배우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실력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더 신경을 쓰므로 쓸 데 없는 곳에 힘을 낭비하는 것 같다.
먼지가 풀풀나고 자갈이 울퉁불퉁하게 깔려있는 시골길이다. 그곳에 지체높은 분이 행차하게 되었다고 알려지자 온통 야단이다.
길을 다듬는다, 큰 자갈을 치운다… 때문에 애꿎은 주민들이 부역하느라 골탕먹었다. 사실 길이라면 평소에 이용하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잘 다듬어지고 보수되어야 할텐데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때는 방치해두다가 권세있는 사람이 행차할 때 그 야단을 떠는 것을 보면 권력은 한 사람이 아니라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초보적인 지식도 없는 것 같다. 권력제휴만 잘하면 출세의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렇다면 이는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고 그 때문에 엉뚱한 사람이 이득을 취하고 정작 혜택을 입어야 할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풍년이 들었단다. 몇 년 내 보기드문 대풍이란다. 그런데 당연히 기뻐해야 할 농민들은 조용(?)한데 TV는 시끌법석이다. 여름내 쇠뿔도 녹힐듯한 태양 아래 비료나 농약 한번 처보지도 않고, 물 걱정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만 노래를 불러 제치고 떠들어댄다. 풍년이들어 기쁜 것인지, 양식값이 절약되어 기쁜 것인지? 멋모르고 떠들어 대는 사람들의 노래와 웃음소리가 당사자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해주고 있어 애가 탄다. 그런거야 내 알 바 아니고 시키는대로 하기만하면 출세하여 잘 살 수 있으리라고 믿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외국의 좋은 회사와 기술제휴하려고 애쓰고 유명회사와 기술제휴한 상품을 찾고 또 권세있는 사람들과 권력제휴를 하고자 하는 것은 무슨 목적에서 일까?
그것은 장사가 잘 되어 이득을 남기고, 생활이 윤택해지고, 명예와 권세를 누리며 출세하기 위해서, 이를테면 행복하기 위해서이리라.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기술제휴나 권력제휴를 하는 사람이라도 참으로 행복한 이는 찾아보기가 어렵다는데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해 중요한 것은 어린왕자의 친구 여우가 깨우쳐 주는 것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들어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것인가보다. 모든이가 찾는 행복이 거기서 비롯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고대 희랍철학자 플라톤도 행복하기 위해서는 덕을 닦으라고 권고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덕을 닦기 위해, 참으로 행복하기 위해 우리는 누구와 기술제휴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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