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1월 21일자로 가톨릭중앙의료원장 김창렬 신부를 제주 교구장으로 임명했다.
그리하여 제주교구는 1년 5개월이라는 짧지도 않은 동안 교구장 없이 지내오던바 이젠 교구공동체의 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왜 무엇 때문에 박정일 주교의 전임 이후 교구장의 임명이 이렇게 늦어졌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금번 교구장을 모시게 된 것은 제주교구민으로서는 다행한 일이다.
우선 주교직에 서품될 제주 교구장 김창렬 신부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아울러 오랫동안 새 교구장을 기도를 바치며 기다리고 있던 제주 교구민에게도 경축의 인사를 보내는 바이다.
신임 교구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사제단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부담없이 부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는 참으로 고마운 말씀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제2차「바티칸」공의회의 공문서를 주의깊게 읽어보면 많은 문서에서 사제는 주교를 포함치 않는 사제단의 멤버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주교의 사목적임무11, 전례헌장41, 사제의 직무와 생활7)
그런가하면 다른 문서에서는 사제단이란 용어는 때로는 사제들과 주교를 함께 포함한 의미로도 쓰이고 있다. 예컨대 교회헌장 28항 가운데에는『사제는 자기들의 주교와 더불어 하나의 사제단을 구성하고 여러 직무에 종사한다』라고 말이다.
이렇게 사제단이라는 말은 애매한 의미를 갖고있는 것 같은데 사제평의회의 형성ㆍ목적ㆍ역할ㆍ권위와 권능에 큰 영향을 미칠요소가 있으므로 이 사제단이라는 말의 의미가 명확화되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어쨌든 신임 제주교구장께서 자기를 사제단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제도로서의 교회에 봉사하는 자로서 사제단과 더불어 함께 공동책임하에 주교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사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같다. 주교의 권위라는 교회의 도그마에 깊이 뿌리박은 현실이 가령 그 자체에있어 영원부동이라 하더라고 주교적 권위의 행사양식 및 실제 문제로서는 현대에 적응한 새로운 형태를 취할수도 있을 것이다.
주교는「동행하는 사람」인 동시에 권위를 표시하는 사람이어야 하겠기에 주교는 사제단을 비롯하여 신도단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동시에 자기생각을 두려움없이 명백히 얘기하여야 할 것이다. 사제단의 일원으로서 사제들과 아울러 교구민과 동행하는 가운데 주교단의 일원으로서 권위의 현존이어야 하겠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신임교구장은 제주교구에 있어서 일치의 눈에 보이는 근거, 기초로서 사제단과 완전한 한마음으로 위계적 사귐을 복음적 형제애로 실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한 것이다.
주교는 무엇보다도 신비로서의 교회의 사람이어야 하기에 역사상 위대한 주교들이 가지고 있던 세가지 결의를 김창렬 주교도 더욱 강하게 갖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 하나는 복음선교의 열의이며 둘째는 여러 성사, 특히「신앙의 신비」인 성찬예절을 청하며 축하하는 열의이며 셋째 일치를 위한 봉사에 대한 열의인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말씀과 성사와 일치에의 봉사에 불타는 열의는 주교직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여기서 신임교구장 김창렬 주교에게 바라는 것은 일치에의 희생적 직무수행이다. 한국사회는 불신이 꽉차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더욱이 남과 북은 국토분단으로 불신에 깊이 빠져있고 그리고 또 현대세계는 국가사이의 불신으로 말미암아 전쟁이 일어나고 아니면 전쟁을 향해서 치닫고 핵무기의 공포는 심화돼가는 정세하에서 무엇보다 긴급한 것은 모든 사람 모든 나라 전인류의 일치인 것이다.
그리스도를 믿고 역사상의 예수를 따르는 오늘의 주교는 교구공동체 한국교회공동체안의 일치를 위해서 노력할뿐 아니라 교구공동체가 이사회가운데서 일치에로 바꾸어가는 일에도 노력을 경주하여야만 하겠다. 이것은 전쟁으로부터 평화에로, 분열에서 일치에로 향해가는 사회변혁의 노력인 것이다.
사람들을 하나로 일치 시키는 일 없이는 하느님의 신비는 사람들 사이에 현존할 수 없을것으로 생각한다. 일치를 끊임없이 강하게 구하는 일 없이 교회는 이 신비의 존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진정 신비인 교회의 사람으로써 주교는 일치의 사람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제주교구장으로 부임하는 김창렬 주교께서는 사제단과의 일치 교구민과의 일치를 실현하고 나아가 한국의 교회 전체의 일치와 아울러 이 땅에 존재하는 6천만 민족의 일치를 위한 주교로서의 사목적 배려와 행동있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오늘의 주교는 과거의 주교보다 몇 배 힘든 일이 많을 것이고 또한 주교에의 요구는 더욱 더 강하게 많아질 것으로 생각되는 바 진심으로 건강에 유의하며 주교직 수행에 전력 하기를 하느님께 기원하며 사목생활의 새출발을 축하한다.
『여러분을 위해서 내가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공포를 일으켜 주지만 여러분과 함께 있다는 사실은 나를 위로 해 줍니다. 나는 여러분을 위해서 주교이지만 여러분과 함께 크리스찬입니다. 전자는 職名이요 후자는 은총의 이름이며 전자는 위험한 이름이지만 후자는 구원받을 이름입니다』 (성아우구스띠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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