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보고 TV에서 들은 기억이 난다. 미국의 어떤 동물보호협회에서 한국 사람들이 잔혹하게 개를 잡아 먹는다고 항의데모를 벌이며 항의편지도 수없이 보냈단다.
제발 그 착한 사람들이 멀고도 먼 우리나라의 개들까지 생각해주고 아껴주는만큼 이 땅에서 사람대접 받지못하며 사는 이들을 위해 말해주고, 우리나라에 비싼 쌀을 팔아먹으면서 이 땅의 어질고 순박한 농부들의 존재를 알아주기나한다면 좋으련만!
올림픽 덕분에 코 크고 풍체 좋은 외국손님들이 많이 오시게 되었단다. 그들에게 보신탕 모습을 보여 주게되면 우리 체면이 말이 아니라서 오랫동안 국민의 보신을 맡아온 탕집을 뒷곳목으로 추방하였단다.
때마침 고명하신 대학교수님께서 목숨까지도 앗아갈 수 있는 브루셀라라던가하는 균의 위험을 경고하고, 이 균을 바로 개가 옮기는고로 보신탕을 먹지않는 것이 몸보신의 지름길이라고 깨우쳐 주었다.
이 경고는 무서운 폭탄과 같은 효과를 내었다. 몇 수십년 동안, 특히 여름이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몸보신한다고 보신탕을 즐기던 사람들이 입맛을 잃었단다.
그래서 폭탄맞은 자리 비어있듯이 보신탕집은 발길이 끊기고 말았다.
이토록 위험한(?) 보신탕이었다면 그동안 보신탕 먹다 죽은 사람이 부지기수가 아니었을까? 허나 그런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으니 과문한 탓이겠지. 아니면 올림픽을 앞두고 모두들 활발히 움직이는 것처럼 그 위험한 균도 왕성한 운동을 하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그 덕택에 금년들어 이 나라 개들은 팔자를 고쳐 상팔자가 된 것 같다.
지난 여름에 외국인 친구가 찾아왔다. 이 먼 곳까지 왔으니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주고 먹기 힘든 것을 맛보게 해주는 것이 좋겠다싶어 한번은 보신탕 집으로 데리고 갔다. 물론 개고기먹으러 간다는 말은 하지않았다. 그날이 마침 말복날이라, 예년같으면 법석대었을 텐데, 우리들만이 그 큰 집을 다 차지하여 별탈(?)없이 보신탕을 한 그릇씩 먹어 치웠다. 그 외국인 친구도 남김없이 다 먹은 것은 물론이고, 식사 후에 먹은 고기맛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썩 좋았다고 서슴없이 대답한다. 무슨 고기인지 알 수 있겠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글쎄 쇠고기 같기도 하고 그러나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게 개고기였다고 알려주면서 친구의 반응을 살폈으나 별로 특기할만한 것은 찾지 못했다. 다만『오늘 처음 먹어본 것이지만 맛은 좋았다』라고 거듭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말하는 그 친구에게서 너희는 개고기를 먹으니 야만인이다라는 식의 단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말은 물론 보신탕을 새로 애용하자는 뜻은 아니다. 모처럼 팔자를 고친 개들을 또다시 괴롭혀서야 되겠는가!
그러나 한번 꼭 생각해보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지 않을까? 곧 주체성 문제이다. 이를테면 외국 사람을 의식하여 보신탕을 추방한다면 주체성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여름의 몸보신을 멍멍탕에 의지해오던 사람들이 단순히 어떤 분이 발표한 학설 때문에 보신탕을 멀리하게 되었다면, 그리고 오원춘 씨 사건이나 최기식 신부님 사건 등에 대해 매스컴이나 남이 말하는대로만 판단한다면 이는 뚜렷한 주관이 없기 때문일것이다. 주체성이 없고 주관이 서있지 않으면 민주시민의 자격상실이며, 민주시민이 없는 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외람되이 외쳐본다. 개에게는 상팔자를, 사람에게는 주체성을!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