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한국해양대학 3학년 채호석(안또니아)군이 지난 5월중순부터 60여일간 해양실습선「한바다호」를 타고 긴 항해동안 미래의 한국 해운을 이끌어갈 젊은이로서, 해상선교를 목적으로 창단된「한바다의 별」쁘레시디움 단원으로서 보고 느낀 소감을 적은 기행문이다.
5월 23일
젊은이로서의 방황도 고민도 많이 했어야했던 지난 시절의 추억을 흰 포말의 여운을 남기며 떠나가는 한바다(실습선)의 자취속에 띄워보내고, 태고적부터 시작된 뱃사람들의 正道를 배우고 익히기위해 수천마일 떨어진 지구반대편의 대륙을 향하여 이제 길을 나선다. 어느덧 환송나온 인파가 한송이 꽃처럼 한데어우러져 시야에서 아스라이 멀어져갈때 힘찬 출항의 피날레속에 전해 오는 어머님의 간절한 기도는 아마 당신의 아들이 떠나간다는 서글픈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시며 다만 주님께 아들을 맡긴다는 것이었으리라.
『어머님 이제 당신의 아들은 심장이라는 한단어를 완성시키기 위한 과정을 밟기 위해서 떠납니다. 다시 오륙도를 볼 수 있는날까지…』
5월 31일
출항때 전해받은 한송이의 장미꽃에서 신선함을 엿보기가 민망스러워 진다. 붉게타는 태양은 변함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지만 잔잔한 바다 이면의 세계는 우리를 향해 조소를 띄우는 오후 한나절이다. 북태평양의 소금기 절인 찬바람을 맞으며 미래의 한국해운을 이끌어갈 젊음들을 태운 한바다는 말로만 들어왔던날짜 변경선을 통과하는 경도제를 지낸다.
지구가 둥근것을 이유로 바다의 신인 용왕에게 하루를 빌려서 다시 돌아오는 날에는 되돌려주어야 하는날, 우리「한바다의 별」쁘레시디움(3년전에 해상선교를 목적으로 창단된 쁘레시디움으로서 6개월 마다 실습차 승선하는 3학년만으로 구성된 레지오마리애)의 단원들은 각자의 당직시간 차이로 인하여 모두 함께 모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그런 가운데서도 배의 흔들림으로 인한 고통에서 탈피하고자 주님께 간 구하면서 인생을 이야기하고 사랑과 무관심 진실과 허위등 조그만 나라에 두고 온 많은 사연들을 홀로 가기에 그리워했다.
원양 항해를 하면서 부터는 일주일에 한번씩 갖던 레지오 회합은 물론 매일 아침에 갖던 기도시간도 당직 시간의 엇갈림때문에 단원 총원이 모이기가 힘들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몇 명 되지않는 적은 숫자이지만 해상 선교의 일임을 담당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두개로 쪼개진 모임을 가져야 했다. 한 파트는 아침 기도를, 다른 한 파트는 저녁 기도를 해야 했으며, 레지오 회합도 로링과 피칭 때문에 촛불조차 켜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회합이 두번의 부분적인 회합으로 이루어졌다. 이와같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항상 기도하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은총을 내려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6월 6일
부산을 떠난지 15일째.
멀리 바라다 보이는 콜롬비아강 어구에 펼쳐진 전경들은 동양에서 찾아온 작은 이방인을 어서오라고 손짓하는듯이 보인다.
첫 기항지인「포틀랜드」는 미국의 오레곤주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전주와 비슷한 규모의 도시로서 다른 지역에 비해 보수성이 상당히 짙은 곳이다. 10시간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강의 주변에 가득차 있는 곧게 뻗은 나무를 보니 과연 목재 수출로 유명한 도시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데군데 보이는 집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으로 시간을 보내는 부부의 평화스런 모습과 알맞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지나는 요트와 모터 보트는 단순히 경제대국이구나 하는 생각을 스치게한다.
6월 17일 14시
우리의 한바다는 교포들의 환영을 받으며 긴 항해에 지친 몸을 강변의 부두에 기대이며 휴식을 취한다.
교포들 중에서 우리는 한국서 유학오신 수녀님 두분을 뵐 수 있었다. 그 두분 수녀님들의 주선으로 이곳에 계시는 신부님을 모시고 선상 미사를 드릴 계획을 세웠다. 도착하는 항구마다 사정이 허락되는 한 교포 신자들과 함께 선상 미사를 드릴 계획을 세웠었는데 아마 크신 주님의 은총이 우리에게 임하셨나보다
7박8일 동안 민간외교 사절단으로서 우리의 일정은 처음 대해보는 낯선 외국 풍물을 익히느라 너무도 빨리 지나갔다. 넓은 땅을 자랑이나 하듯 강변에서는 일년에 약 한달정도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태양을 바라보며 비키니 차림의 아가씨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으며 차로 두어시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후두산은 여름을 마다하는 스키인들의 방문을 아무 불편없이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눈으로 덮혀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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