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사람마다 눈길만 마주쳐도『하이』라는 인사를 나누고 잘 정돈된 바둑판모양의 거리를 온종일 걸어다녀도 자동차 소음은 들리지않으며 교통경찰이 없어도 불편을 느끼지 않을 것 같은 질서의 생활화는 고도로 발달하는 물질문명속에서도 조용히 흐르는 문화시민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엿볼수 있게한다.
6월 11일은 이 지방의 축제인 장미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로 대규모의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날이었다. 하정복으로 단정히 차려입은 우리 한바다학생들도 퍼레이드에 참가하여 한국인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 많은 찬사를 받았으며 뒤이은 농악과 탈춤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민속놀이를 보여줌으로써 그네들의 호기심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했다. 곳곳에서『원더풀!』이라는 탄성과 칭찬이 연발했다. 퍼레이드를 무사히 마치고 귀선하니 한인성당 회장님께서 우리를 반겨주시며 며칠전에 계획했던 선상미사는 이곳 신부님의 바쁘신 일정 때문에 갖지를 못하고 내일(日) 한인 성당에서 드리는 미사에 참석하라는 권유의 말씀이 있었다.
다음날 우리 가톨릭 회원은 예비자 두명과 함께 교포의 안내로、한 주일에 한번밖에 드리지 못한다는 이곳미사에 참석하여 주님을 찬양할 수 있었다. 이곳 포틀랜드 한인성당은 미국성당을 빌려서 독자적으로 운영하며 한국에서 신부님이 직접 와 계시는 곳이다.
이곳에 있는 성당이나 교회는 대체로 두가지의 기능을 갖고있는데 하나는 신앙의 본질적인 집결체로서 성당이나 교회 고유의 기능을 다하며、다른 하나는 고국을 떠나온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주일의 생활을 이야기하며 정을 키우고 미국생활에 대한 적응력배양은 물론、생활정보、고국의 소식을 전해 듣는 등 교포들의 필수 불가결한 생활정보센터로서의 기능을 가지고있다. 고국을 떠난지 3주만에 이국의 땅에서 교포들과 함께 한국말로 드리는 미사는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했다.
미사 후 항시 갖는다는 전 신자들의 모임은 우리를 맞이하는 환영회가 주를 이루었다.
교포들과 주고받는 이야기가 고국에 대한 향수로 젖어갈 무렵 우리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하느님 안에있는같은 형제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하며 임박한 귀선시간으로 인하여 아쉬운작별을 고해야만 했다.
내일은 항만견학과 로즈가든 등을 돌아보고、이제는 떠나야할것인 포틀랜드의 마지막 밤을 조용히 떨어지는 별들과 함께 정리해야지.
6월 14일.
8일 동안의 짧은 기간이나마 우리를 포근히 감싸주었던 이곳을 떠나는 석별의 정을 꼬마아가씨의 손에 들린 태극기와 함께 한바다의 장음에 싣고서 다음 기항지로 발길을 돌렸다.
6월 16일.
이틀동안 미국의 서해안을 거슬러 올라온 한바다는 한국의 다도해를 연상케 하는 캐나다 프레트리를 지나 「벤쿠버」에 닻을 내릴 준비를 했다.
이곳「벤쿠버」는 서해안에 위치한 캐나다 제일의 항구도시이며 비록 세계 3대 미항에는 속하지 않지만 조금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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