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시는 뜻이 사목적인데 있다고 강조하니까 사목적이라는 말마디가 귀에 설어서인지 일반 사회에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 같다. 교황의 방문이 사목적 방문이라고 하니 사목적(私目的) 또는 사적(私的)방문인가 보다. 그러니까 교황님께서 무슨 개인 용무로 오신다는 뜻을 가톨릭교회에서는 그렇게 표현하는가 보다. 이렇게 제법 유식한 풀이를 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막상 따지고 보면 사목적(司牧的)이란 말마디는 우리 신자들에게도 그리 쉬운 말마디는 아닌 것 같다. 사목이란 한마디로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양을 치는 목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니 교황님께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우리나라를 찾아 오시는 것이다.
교황님께서는 그 옛날 사도 베드로처럼 그리스도께로부터『내 양들을 치라』고 위임받은 바로 그 임무 때문에 바로 그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우리를 찾아오시는 것이다.
그런즉 그리스도의 대리자요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 오심이 바로 사목적 방문의 본질이며 우리나라를 찾아오시는 참뜻이라 하겠다. 교황은 마침 바티칸시국(市國)의 원수 자격도 있으니 교황의 방문은 국가 원수의 방문이라고하면 틀린말은 아니지만 역사상 우리나라를 찾아오시는 가장 귀한손님의 뜻에도 어긋날뿐더러 그분의 방문의 뜻을 본의 아니게 격하시키는 일이되고 마는 것이다.
경호 문제만 하더라도 교황께서는 총칼로 상엄하게 펼쳐지기를결코 바라지 않으신다. 우리를 찾아오시는 목적이 국가의 원수로서가 아니라 인류 최고의 목자로서 오시는 것이기에 차라리 체포당할지언정 칼을 휘두르던 베드로의경호를 제지하신 그리스도처럼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시려는 것이다
교황께서는 한국방문을 은총으로 생각하시며 이 은총이 당신께 베풀어지도록 늘 기도하시고 계신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와 좀더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시고자 노령에도 불구하고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고 계시다는 소식이니 인류최고의 목자로서 한국방문을 준비하시는 그 분의 열의와 정성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교황님의 방문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는 과연 어떠한가 혹시 그분을 너무나도 외적인 환영 행사만으로 모시려고 하지나 않는가? 그 분께서 우리를 찾아오시는 걸 그분만큼 은총으로 생각하며 그 분의 방문을 위해 그분만큼 기도하고 있는가?
그저 막연히 높고 귀하신 분 얼굴이라도 보자는 식으로 교황님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나 아닌가? 교황님은 전세계적으로 아낌 없는 존경을 받는 분이시니 교황님을 모시고 이 땅의 하느님 백성의 위세를 떨쳐보자는 기대에 젖어 있는 것이나 아닌가?
교황님을 모시면서 그분만큼 내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서 과연 합당하게 그분을 모실 수 있을까? 그리스도의 대리자를 맞으면서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생활하고자 하는 우리의 결심을 다시 한번 새롭게 맞지 않는다면 교황님을 국가의 원수로서 대접해드리고 말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 옛날 자캐오처럼 우리도 자신 안에 있는 모든 걸림돌을 치워버리고 겸손과 사랑의 나무를 기어오르지 않는다면 교황님의 얼굴을 대할 수는 있어도 그 안에 그리스도의 모습은 뵈올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교황님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든 행사가 우리의 내적 쇄신을 바탕으로 꾸며지고 우리의 영적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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