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 설이 지나고 며칠 뒤 선배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었다.
중환자실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는 죽음의 짙은 그림자가 서려 있었다.
너무도 기가막혀 울음조차 나오지 않았던 시간, 내 마음은 온통 얼어붙었다.
그날 포장마차에서 선배들과 소주를 마시며 빌었던 소원 하나, 제발 일어나게만 해주세요.
95년 3월, 우리는 같은 강의실에서 처음 만났고 같은 학회에서 함께 시를 썼다.
여행을 좋아해서 방학마다 산으로 바다로 돌아다니던 사람, 가을밤에는 진한 막걸리를 마시며 스스럼없이 시를 이야기 하던 사람, 무엇보다도 문학을 좋아하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알던 사람. 그런데 그런 그가 지난 밤의 사고로 머리를 다쳐 중환자실에 눕게된 것이다.
그의 부상은 치명적이었고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 좋은 사람에게 닥친 뜻밖의 불행을 보면서 얼마나 세상을 원망했는지 모른다.
그 사고 후 몇 번의 계절이 흐르고 나서야, 그는 의사들이 기적이라 할 만큼 많이 회복되었다.
하지만 예전의 모습까지는 아직 볼 수 없기에 이 가을에 내가 빌고 싶은 작은 소원이 있다.
그 겨울의 우리의 소원으로 이제 그가 눈을 뜨고 일어났다면 예전의 맑은 웃음과 모두가 감탄했던 그만의 언어로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시를 쓸 수 있게되기를, 과거의 모든 기억을 되찾을 수 있기를 이 가을에 기도해본다.
몇 년 전 학회지에 썼듯 그가 시의 힘으로 다시 예전의 모습이 되어 떠오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던진다. 처음에는 물음표를 던진다. 준비해 둔 변화구가 내겐 없다. 그러다가 가라앉는다. -나는 박리다매의 인간을 추구하였던가?- 다시 솟아오른다. 시가 내 곁에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