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새천년 노벨 평화상을 우리나라 대통령이 받게되었으니 진정 기쁜 일이다. 전세계로부터 축하인사와 메시지가 답지하고 있고 국내 주요 일간지에는 전면 축하광고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와 인권 그리고 남북의 교류협력과 민족화합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되었다.
수상자의 발표가 있자 곧 현실적인 성과를 가늠하는 기대가 만연하고 있다. 남북화해의 노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니 이제 남북간의 협력관계가 급진전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부터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조절과 함께 민생의 여야간 대화에 대통령이 최선을 다해 달라는 주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무엇인가 희망적인 소식을 목말라하던 국민들로서는 이번 수상이 가시적인 결과물을 창출해주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노벨 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통일의 길이 가까워지면 정말로 좋은 일이고 여야가 상생의 정치로 민생 현안을 해결한다면 더더욱 환영할 일이다. 주식시장이 활기를 찾고 경제가 살아난다면 오죽 좋겠는가. 그러나 지나치게 현실적 성과에 집착하는 것은 노벨 평화상의 의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
노벨 평화상은 노벨 물리학상, 경제학, 문학상 등과 달리 과거의 업적에 대한 평가와 아울러 미래의 평화노력을 격려하기 위한 상이라고 한다. 또한 노벨 평화상의 수상으로 분쟁지역이 평화와 화해의 지역으로 전환된 예가 많지 않다고 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간단하자. 사회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의 헌신적인 노력에 일시적으로 환호와 박수만 보냈을 뿐 진정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이고 가시적인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 수상자의 정신과 행동양식을 마음으로 평가하고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지도자들이 분쟁해결의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나 중동지역은 오늘도 화염에 싸여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한 티베트와 인도에서 인권탄압과 빈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그 사회구성원들이 노벨 평화상의 진정한 가치에 무지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인으로서 처음 받게 되는 이번 노벨 평화상에 좀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지금가지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점을 몇 가지 찾아보면 첫째, 어려운 고난의 길을 이겨내며 꾸준히 행동하고 실천하는 자세, 둘째,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을 뛰어넘어 타인과 타집단을 위하는 마음, 셋째, 갈등과 대결을 극복하고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는 정신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공통점을 찾아내면서 바로 그것이 참된 신앙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임을 곧 깨닫게 되었다.
즉 실천하는 신앙인,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신앙인, 타종교인과 대화하고 서로 화합할 수 있는 신앙인의 연장선상에 노벨 평화상이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많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이 종교는 다를지언정 참된 신앙인의 길을 걷고 있었다.
우리 모두 노벨 평화상에 도전하자.
인권과 민주 그리고 남북화해와 통일을 위해 모두 노벨 평화상에 도전해야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의 화해협력이 자동적으로 진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가 진정 민주화와 인권수호를 원한다면 그리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길 원한다면 구성원 모두가 이를 위해 실천하고, 봉사하고 인내하며, 화합의 정신을 지녀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소망이 현실화되고 가시화 될 수 있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는 노벨 평화상의 굴레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축하 받는 것은 잠시고, 이제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한 민족이 과연 어떻게 평화를 구축해 나가는가를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한민족의 위대함을 세계 만방에 알릴 호기다. 비록 냉전의 맨 끄트머리에서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한민족은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한반도는 물론 주변국가에 평화를 베푸는 통일국가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구호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인권, 민주, 남북통일과 같은 추상적인 명제는 실천적 과제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북녘동포돕기, 재소자방문도 좋고 꽃동네 후원도 좋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봉사와 참여일지라도 노벨 평화상의 정신, 즉 신앙인의 덕목과 연계될 때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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