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오로지 한국교회사 연구의 외길을 걸어오신 성농(誠農) 최석우 신부의 제4회 가톨릭학술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해 마지 않는다. 그야말로 외길 인생을 살아오면서 「성실한 농부」처럼 순교자의 발자취를 찾아 온르에 되살려온 최신부의 학문적 업적과 성과는 능히 가톨릭학술상의 수상자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최신부는 이번 수상식장에서도 수상소감을 밝히면서 또 다시 새로운 노작을 펴낼 계획을 일러주었다. 하나는 세계교회사의 개설서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천주교회사 통사의 발간이다.
특히 이미 저술을 시작하여 2004년, 즉 연구소 설립 40주년을 맞춰 펴낼 예정인 한국교회사 통사는 연구소가 각고의 노력으로 전세계에서 수집해 모은 원사료, 1차 사료들을 바탕으로 하여 기술될 예정이다. 더욱이 이 저술에는 오늘날 한국교회사 연구에 조예가 깊은 연구자들이 대거 공동으로 참여할 작정이라니 더욱 놀랍고 반갑다.
가톨릭학술상이 제정 이후 4회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그 권위와 품격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대해 우리는 기쁨과 함께 감사의 뜻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피력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4차례에 걸쳐 시상식을 거행하는 동안 단 한 명의 평신도도 수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가톨릭학술상은 대표적인 가톨릭 평신도신학자인 고(故) 양한모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제정된 상이다. 더욱이 그 상을 주관하고 시상하는 중책을 맡은 가톨릭신문사가 평신도가 자발적으로 창간한 신문이라는 점에서 가톨릭학술상의 의미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지금껏 수상자 후보에 이른 평신도 연구자는 있었으되 결국 4회 모두 높은 학덕을 지닌 성직자가 수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다.
학술상의 수여는 결국 학문적 업적과 성과에 대한 엄격한 평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볼 때 이러한 아쉬움은 결구 평신도 연구자의 분발을 촉구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애초에 고인의 유지가 평신도 신학자의 연구와 양성을 격려하고 지원한다는 취지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직자들에게 상을 수여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학문적 성과가 이들 성직자 수상자들을 능가하는 평신도 연구자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한국교회의 연륜이 깊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회 학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함께 깊어져왔다.
한국교회가 명실공히 세계 교회 속에서 깊은 뿌리를 지닌 교회로 자리잡고 참된 복음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회 학문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하고 특히 평신도들 중에서 신학과 철학 등의 분야에서 복음의 진리를 밝게 비추어줄 탐구자가 양성되고 배출돼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은 이를 위해서 평신도 연구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거시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함은 물론이다. 제4회 가톨릭학술상 수상자인 최석우 신부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뜻을 전하며 다시 한 번 평신도 신학자들의 분발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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