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84년은 우리교회의 2백주년과 아울러 성년이 되는 은혜의 때이다. 주교단은 2백주년 사목교서에서『이 2백주년은 참으로 우리를 위해 은총을 받고 또 받은 거룩한 해 입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은혜의 때를 맞는 신년초에 그리스도로부터 이 땅에 파견된 순례자이며 순례공동체인 하느님의 백성인 우리는 제대로 복음을 살기 위하여 그리스도께로 돌아가 빛의 자녀로서의 새로운 방향을 정립해야 하겠다.
그리하여 태도의 근본적 변용, 영성의 심화, 생활의 일대전환으로 우리의 신앙을 쇄신하는 동시에 제도의 복음화로 구조의 근본적 개혁을 통한 교회의 쇄신을 성취해야만 하겠다. 2백년동안 민족의 고난사와 더불어 수난의 역사를 살아오는 가운데 형성된 좋고 훌륭한 전통이「한국천주교회의 혼」에 깊이 뿌리박은 새로운 창조적 전진을 위한 작업을 통해서 그것은 현실화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땅에 충만토록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은『나는 세상의 빛』이라고 선언하는 그리스도 예수는 이미 2백년동안 이 땅에서『언제나 오늘이나 또 영원히 같은 분』으로서(히브리13·8)우리와 함께 존재해 왔다. 그리스도는 세상의 빛으로서 2백년 전에 이 땅에 와서 그 빛을 이땅에 드러냈다.
2백년의 지표로 이 땅에 빛을 내건 이유는 그 빛이 가리워져 희미해서가 아니라 어둠의 한복판에 해방의 새로운 빛으로 비추어 어둠의 세력과 어둠 자체를 이 땅에서 쫓아내어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는 구원의 길을 밝히려는데 있을 것이다. 『생명의 빛 받아 하느님 앞을 거닐게 하여』(시편56·13)『무덤어귀에서 목숨을 살려 내어 이 땅에 사는 백성의 생명을 다시 빛을 보게끔 하여 빛을 받아 생기를 되찾게 하려는 것』(욥기·3929~30참조)일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자신이『진리를 따라 사는 사랑으로서 빛이 있는 데로 나아가고』(요한 3·21)『빛을 믿는 빛의 자녀가 되어야』(요한12·36)할 것이다. 또한『빛의 자녀답게 살아야 한다』(에페소5·8)더욱이 그리스도 예수는『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마태오5·14)선언하며 우리에게 중대한 사명을 맡기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땅에 빛을』지표로 한 2백주년의 모든 기념행사를 통해서 교의가 그 본질적인 구조 가운데에, 혹은 교회를 대표하는 조직 가운데에 자기의 영광을 구하고 있다면 그 교회는 복음의 원점에서 스스로 이탈하게 된다. 축제 행사가 외형적으로 거대하고 물량적 형태로 나타날 때 한국 교회는 빛을 잃고 그리스도의 가난에의 부르심에 따르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의 겉으로 보기에 그럴싸하게 보이는 데서는 그 교회는 아직 세속적인 금력과 권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를 희미 하게 하기 마련이다.
5월 3일 사목적 방문으로 내한할 예정인 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지난 1980년 10월 23일 한국 주교단에게『1984년에 여러분은 한국 가톨릭 교회 복음화 2백주년 행사를 거행하게 됩니다. 그때는 틀림없이 은총과 힘과 그리고 쇄신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사실 2백주년 행사가 복음에 충실할수록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하는 하느님의 힘인 그 복음에 의하여 틀림없이 은총과 힘과 쇄신의 기회로서 2백주년은 빛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확실히 2백주년의 1984년 이라는 새해를 맞으면서 시간적인 새로움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구원의 현실에 있어서 질적으로 지난날과 다른 새로움을 느끼기에는 아직 미진한 것 같다. 교황성하의 내한, 시성식, 신앙대회 등『인간의 세대도 한 세대가 지나가고 새 세대가 온다. 모든 인간의 행적은 쇠퇴하고 사라지게 마련이다』(진회서14·18~19)『야훼가 베풀 구원은 영원하고 야훼가 세울 정의는 넘어지지 않는다』(이사야51·6)우리는 시간적 새로움 안에서 성질이 아주 다른 질적 새로움에로 옮겨져야 하겠기에 은혜의 때 1984년이 열리는 연초에 복음을사는 영성을 깊이하여 하느님의 진리를 그대로 드러내는 2백주년을 맞이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혼」은 그리스도의 빛으로 형성되었고 복음에 의해 살리워졌고 가난한 이 땅의 백성들의 가난의 영성 안에 보유돼 왔다. 순교자의 삶을 오늘에 재현하는것도, 순교정신에 사는 것도 말하자면 그 혼에 살자는 것일 것이다. 이 땅에 빛을 충만케 하여 빛이신 그리스도, 생명이신 그리스도로 조국과 민족과 6천만 동포를 새롭게 하는 길도 그 한국 천주교회의 혼에 열심히 사는데 있을 것이다.
그 혼이 한국 가톨릭 교회의 구조 안에서 제대로 살고 있으면 교회는 구조적으로 쇄신될 것이며, 그 혼이 신도들의 마음 안에 바로 살고 있으면 하느님 백성의 신앙 쇄신은 이루어질 것이며 그 혼이 이 땅에 올바르게 살고 있으면 조국과 민족의 쇄신으로 평화와 자유와 일치가 성취될 것이다.
『하느님의 지혜는 만물을 새롭게 하며 모든 세대를 통하여 사람들의 거룩한 혼 속에 들어 가서 그들을 하느님의 빛이 되게 한다』(지혜서7·27)
새 해에 모든 하느님의 백성에게 세배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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