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을 끼고 도는「스탠리파크」에는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조깅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며 손을 흔들어 우리를 환영해 준다. 이곳 역시 미국과는 별차이가 없으나 영국으로부터 독립한지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화폐는 물론 시내 곳곳에서도 영국 여왕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상륙시에 만난 한 시리아 사람은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일본옆에 있는 나라를 말하는것이냐고 반문한다. 이것을 포틀랜드와 마찬가지로 이곳 캐나다의 거리를 질주하는 차량의 과반수이상이 일본 제품임을 인식했을때 일본은 세계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임을 느낄수 있었다. 나라를 잃어가는 슬픈 그 나그네는 술을 마시지 못하게하는 음식점에조차 주머니에 술을 몰래 숨기고 들어와서 우리에게 술을 권하며 조국을 강조할때 우리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조국이 그리워지고 한편 뿌듯해옴을 느낀다.
6월22일
2백년전 서부 시대에 동부에서부터 금광을 찾아 배를 타고 몰려온 사람들이 풍랑을 이겨내고 닦은 곳이라 해서 골든게이트라는 이름을 지웠고 이제는 만의 입구에「금문교」가 서있는 다리밑을 지나「샌프란시스코」로 입항한다.
이곳에서도 3박4일의 짧은 기간동안 바쁜 일정을 보내며 상륙이 실시되었다. 친구들과 함께「샌프란시스코」의 명물로 등장한 차이나 타운을 찾아가 보았다. 말로만 전해듣던 이곳은 생각보다 상당한 규모를 가지고 있었고 중국의 한도시를 이동해 놓은듯한 인상을 풍긴다. 다른 거리에 비해 결코 깨끗하지도 않으며 정리도 덜되어있지만 중국인 그들은 나름대로의 대국민족으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면서, 문화를 계승하고 서로 한동포임을 인식하면서 도와가며 생활하는것이었다.
「재팬 타운」역시 그들의 장점인 상업 수단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어느곳 못지않게 깨끗함을 자랑하는 거리를 만들고있었다. 일본을 가지않아도 일본에 와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거리의 모습은「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코리아 타운을 빨리 보고싶다는 생각을 자아내게 한다.
이곳에 입항한지 3일째 되는날 우리는 미국 명문대학중의 하나인 버클리대학을 방문하였다. 한국의 대학가와는 다른 낭만과 풍요를 잘 조화시킨 곳이었으며 강의는 주당 6~7시간만이 행해지며 그외의 시간은 자신들에 의한 자습인것이다.
이제 여러곳의 산업 시설을 견학하고 마지막 기항지인「로스앤젤레스」를 향해 다시한번 이별을 고한다.
6월27일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이 알려진「로스앤젤레스」를 본다. 미국내에서 가장 많은 교포들이 있는곳이며 한국인이 집단으로 모여서 코리아타운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은 경상남도 보다도 더큰 지역을 가리고 있으며 50여개의 소도시가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한국의 행정상 분리된 도시와는 다르게 하나의 시를 만들려면 여러가지의 조건을 갖추어 신청만 하면 조그만 야산에도 시가 인정되어 들어서는 곳이다.
입항식후 우리는 환영나온 노인회 회원들을 위하여 한바다를 관선시켜 드리고 고국에서 가져온 뚝배기에 한국의 맛을 담아 대접해 드렸다. 『비록 여러분에게 드릴 선물은 없지만 고국의 젊은이들이 가져온 고국의 소식과 고향의 내음을 함께 나누자』면『언제라도 찾아와 주십시오』라는 실습감님의 말씀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눈물만 흘리신다. 어느곳을 가고싶어도 혼자서는 행동을 못하시는 분들, 생활을 위해 뛰어다니는 자제분들들의 안내 없이는 말조차 통하지 않기 때문에 오시지 못하신단다.
일요일에 갖기로 되어있던 레지오회합도 당직시간때문에 당직이 해제된 오늘에서야 모임을 가졌다.
단원 모두는 오늘 우리배에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교포들을 위하여, 또한 부산항에 입항하는 날까지 무사항해를 도와주시기를 주님께 기도드리며 얼마 남지않은 한바다 승선시간을 좀더 해상선교를 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해 본다.
다음날 우리들은 잔뜩 기대를 가지고 코리아타운을 찾아 갔으나 한국이라는것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세계 어느 민족못지않게 5천년의 교유문화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가 왜 부끄럽단 말인가! 우리가 어떻게 하여 나라를 빼앗겼는지 조차 알기를 거부했으며 반성도 비판도 없이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던 광복직후의 한국을 보는 기분이다. 한국인은 거리의 곳곳에서 보이나 상점의 간판을 제외하면 한국이 보이질 않는다. 같은 동포이기에 동포의 잘못을 아량으로 받아주고 깨우쳐주며 상부상조하는 한국민의 정신이 이곳에서는 부족함을 느낀다. 다시올 언젠가는 먼 이국땅이지만 고국의 맛을 느낄수 있게 해주시도록 기원해본다.
이제 명소 디즈니랜드를 끝으로 북아메리카와는 안녕을 고해야 하는 시간이다. 조금은 커보이는 이대륙의 극히 일부 분말을 보고가는 나는 무엇을 보고 배웠으며 느꼈던 것일까? 이역만리 타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정리해 본다.
7월 20일
60일간의 긴 항해를 마치고 이제 오륙도를 한 바다의 Chart room에 갖다놓았다. 한국이 있기에 내 자신이 존재할수 있는 포근한 어머님을 느낀다. 대자연의 힘을 자랑하는 바다를 이겨내고 무사히 한국에 돌아오게끔 우리를 돌봐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리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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