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주년을 맞으며 북녘 하늘을 바라본다. 200주년 큰 잔치가 본격적으로 벌어질 수록 민족분단의 아픔이 더욱 뼈저리게 느껴지기에 말이다. 이 잔치를 우리와 함께 지내고 함께 즐거워 하지 못하는 형제 자매들, 아니 함께 즐거워 하기는 커녕 기본적인 신앙 생활마저 탄압받고 있는 형제 자매들을 생각하면 잔치의 기쁨이 커질수록 슬픔의 여운 또한 마음 한구석에 짙게 드리워 짐을 느낀다.
혹독한 박해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형제 자매들은 올해가 이땅에 구원의 빛이 밝혀진지 200주년이 되는 해임을 알기나할까? 교황님께서 우리와 함께 200주년을 기념하시려고 이 땅을 찾아오심을 알기나 할까? 103위 우리 복자들께서 성인반열에 오르심을 알기나 할까? 우리 겨레에게 겹친 이 경사를 들어보기나 했을까?
돌이켜보면 북한 형제 자매들에겐 200년 교회사가 실로 박해사 그것이다. 100년 박해끝에 종교의 자유를 얻었다고 해서 곳곳에서 박해가 음으로 양으로 게속되었었고 일제 치하에서는 일제의 눈치 보느라 맘놓고 신앙생활할수 없었고 민족해방을 맞자 이어서 들어선 공산정권의 압제밑에 시달려 왔으니 어느 한틈엔들 신앙인으로서 기를 펴고 살수있었을까?
따지고 보면 오늘의 우리 교회의 눈부신 발전은 수많은 순교 선열들의 덕도 크지만, 오늘의 북한형제 자매들의 수난과 순교의 덕도 그에 못지않게 크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이들 의인들 때문에 주께서 우리 민족을 일으켜 세워 주고 계시는지도 모른다.
한 핏줄을 나눈 한 형제거늘, 더구나 그리스도 안의 한 형제거늘, 이들을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잊어 버리고 지내온 것이 아닌가? 아니 도대체 기억할 대상에서 조차 지워버리고 지내온 것이나 아닌가? 우리의 형제 자매일뿐만 아니라, 말하자면 우리의 은인들이기도 한데 우리는 과연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단 말인가? 기껏해야 일년에 한번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고작 아닌가? 그나마 주로 북한 출신 신자들만이 관심을 기울인 것이 고작 아닌가.
우리 교회가 발전하여 이제는 세계를 향하여 뻗어 나가고 있음을 실로 기뻐할 만한 일이요 자부심마저 느낄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해외로는 뻗어나가면서 휴전선은 넘어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음은 어찌된 일인가? 눈에 보이는 형제자매가 눈에 보이지 않는 형제 자매보다 더 가깝게 느껴져서인가? 아니면 그건 아예 불가능한 일로 치부해 버렸기 때문인가?
물리적 분단은 당장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에겐 정신적 분단은 있을수 없는 일이다. 북한형제 자매들은 우리의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그들을 잊지 않고 정신적으로라도 그들과 함께 있음을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알려 줄수만 있다면, 그들에겐 박해를 이겨나갈 커다란 위안과 힘이, 기쁨과 희망이 솟구치게 되지 않을까?
이제 200주년을 맞이하여 온 교회가 힘을 합쳐 북한 신자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것 같다. 온 교회가 마음과 지혜를 모아 북녘 땅에도 구원의 빛을 더욱 밝히도록 좀 더 체계적인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것 같다.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가 주님을 위해 발전하는 교회다운 도리를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만 비로소 주께서 얼마쯤 마음 편히 200주년 큰 잔치상을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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