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운영을 그리고 가톨릭의대 부속병원이 진료를 각각 담당하는 보건공제사업을 서울대교구는 1월부터 실시한다.

이 보건공제사업은『교회기관이 공동체구현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사업이며 또한 교구내 신자 상호간에 건강할 때는 이웃을 돕고 병났을 때는 도움을 받는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건강한 생활과 공동체적 긴밀한 유대를 깊은 신앙생활 가운데 살아가게 하는 사업』이라고 자기규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보험으로서의 의료보험제도의 출현에 앞서 많은 국가에서 자주적 공제조직을 통해 질병에 대한 상부산조적 구제가 넓게 행해지고 있었다.

자본제 생산의 진전과 더불어 질병에 의해 초래된 생활의 위협에 대하여 근로자계급은 공제조합으로 자기자신을 지켜야만 했었다. 특히 질병의 문제가 이공제조합을 발전시키는 가장 큰 이유였다는 것은 각국의 사정으로 봐서 확실하다.

공제회 혹은 공제조합이란 회원 혹은 조합원이 서로 구제하기 위해서 조직하는 것이며 회원 가입자가 미리 일정한 회비를 내고 질병 부상등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일정한 조건에 바탕하여 일정한 금액으로 회원의 질병재해를 구제하려는 것이다

이 공제회의 성경은 애초부터 국가의 공적구조를 바라지 않았다는 것이며 자기 자신들의 상호부조를 뿌리로 하여 자라 왔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의 교구민 서로가 상부상조하여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교구민 전체에게 저렴한 비용을 공동으로 저축해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이 자주적 보건공제사업이야 말로 사회복지 실현을 지표로 하여 사회보장제도 확립의 정책을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기나 아직은 초입단계인 오늘의 한국사회에 있어서 자주적 자기구제책을 강구한 것으로서 참으로 훌륭한 사목적 실천인 것이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의 10개본당 신자대상 설문조사에 의하면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가족은 36.8%에 불과하고 가임돼 있지 않는 가족은 53.1%인데 더욱「모르겠다」와 무응답 1.4%를 합치면 54.5%가 되는 셈이다.

또한 신자들의 월수입은 20만원 이하가 19% 20만∼30만원이 20.8% 30만∼40만원이 26.6%인바 30만원 이하의 가족은 39.8%가 된다.

이 설문조사의 결과는 서울대교구 교구민의 54.5%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39.8%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아야만 할 생활유지비밖에 없는 월수입자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신도들의 생활실태를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 대책을 연구하기 시작한지 1년만에 보건공제사업을 실시하게끔 한 일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더욱이 교회기관의 유기적 조직화 또는 종합적 통일에의 방향에서 자주적으로 질병에 대한 사회시책을 강구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미 서울대교구 내에는 사제들의 상부상조를 위한 사제단의 사제공제회가 십여년 전에 조직되어 공제사업을 해오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하는 말이다.

어쨌든 우리는 초대예루살렘교회의 신자들이 그들 사이에서는 모든 것이 공동이었고 (사도행전 4ㆍ32) 각자의 필요에 따라 나누어 줬다는 (사도행전 4ㆍ35) 생활의 모범을 상기하여야하겠다.

건강할 때는 이웃을 돕고 병났을 때는 도움을 받는 상부상조의 정신은 실은 그 예루살렘 초대교회의 신도들이 실천하였던 나눔정신의 현대적 삶의 생활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편 바오로의 편지를 보면 꼬린토교회에 분열을 일으켰던 요소의 하나는 공동체 안에서의 경제상차위가 아니었던가하는 인상을 받는다. (Ⅰ꼬린토Ⅱ) 그러한 꼬린토교회를 보고 오늘날 우리는 교구민의 54.5%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을 놓고 어떤 교훈을 받을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무릇 교구공동체는 지역교회로서의 나눔의 공동체이다. 우리는 보건공제사업을 통하여 교구민 상호간에 공동체의식을 심화시켜 그 결속을 다지고 나눔의 정신으로 모두가 하나 되게 해야 한다. 그러면 한국사회는 이 교구민의 모임을 사랑으로 사귀는 공동체라는 것을 믿게 될 것이다.

끝으로 서울대교구의 보건공제사업에 한마디 제언을 한다면 많은 공제조합이 그 규모의 협소와 재정적 기초의 허약함에 의하여 조직의 유지가 곤란해졌다는 점을 늘 유의하라는 것이다. 또한 운영 관리비의 보편성이공제사업의 효과를 삭감한다는 것을 명심해줄 것도 아울러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