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은 제17회 구라주일이다. 한국주교회의는 1968년「세계 나병의 날」인 정월 마지막 주일을 구라주일로 선포하고 해마다 이날에는 나병에 대한 계몽과 구라사업에 협조를 호소하고 주일 미사 때 헌금을 갹출하도록 했다.
기실 한국천주교회가 구라사업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48년 캐롤 한 주교가 성 라자로 요양원을 설립하고 몇10명의 부랑(浮浪) 나환자를 수용, 치료한데서 비롯되었다.
그 후 구라사업은 많은 진전을 보여 음성나환자들을 위한 정착촌을 만들었고 더욱이 가톨릭 나사업가 연합회를 조직하게끔 되었다.
현재 보사부에 등록된 전국의 나환자 수는 2만8천1백22명이고 그중 1만3천6백13명이 在家치료를 받고 1만89명은 정착촌에 살고 있으며 4천4백20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가톨릭 신도는 약 6천명인 바 37개 음성나환자 자립정착마을과 2개의 천주교 경영의 보호시설, 그리고 양성 나환자는 소록도 국립나병원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나환자 추산인원은 약5만명이라고 한다.
나병을 표현하는 히브리어는 원래 재해 상처 타박 등을 의미하고 있다. 나병은 하느님이 죄인을 때리는 재액중의 재액으로 구약성서에 나타난다. 그리하여 나병은 원칙적으로 죄의 표징으로 생각하게끔 되었다.
그래서인지 어느 음성환자는『罪名은 문둥이. 이건 참 어처구니 없는 罰이 올시다』라고 울부짖으며 『아무 法文의 어느 條項에도 없는 내 罪를 辯護할 길이 없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또한『이제 나보고 병들었다고 저 느티나무 아래서 성한 사람들이 나를 쫓아내었다』라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은 아픔을『그날부터 느티나무는 내 마음 속에서 앙상히 울고 있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오늘날 사회사업도 많고 복지시설도 꽤 많이 생겼다고 하는데 여전히 이 나환자들은 문둥이라고 일컬어져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가장 천대받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교회는 구라주일을 제정하여 해마다 한 번씩 미사 때 헌금을 걷는 정도로 지나가버리는 행사로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정말 나환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나누어가지는 복음적 정신의 의식화가 이루어지도록 사목적으로 배려하여야 한다.
교회의 설립자 그리스도 예수의『몸소 우리의 허약함을 맡아 주시고 우리의 병고를 짊어지셨다』(마태오8·17)는 복음서의 말씀을 상기하여 오늘의 시대에 있어 예수를 따르는 제자답게 삶을 살기 위해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는지 이 구라주일에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교회 내에 구라사업을 돕고 있는 많은 후원단체가 있다. 이 후원회의 나환자에 대한 지원사업은 참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런데 이 후원회는 대부분 작은 인원이 작은 모임으로 시작되어 오늘날 굴지의 후원단체로 성장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이 후원회 활동을 처음 시작한 이들의 작은 뜻 작은 동기 작은 행동 즉 부유하지 않은 가난한 생각과 행동에서 그리스도인들이 구라주일에 즈음하여 무엇을 해야하는지 배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후원단체 회원들의 열성 있는 뜻과 행동도 역시 우리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릇 교회공동체를 나눔의 공동체라고 일컬을진대 그 구성원들은 나눔의 영성에서 나눔의 삶을 살아야한다. 그 나눔은 돈으로서의 나눔도 있으나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나환자들의 병고에의 동참에 의한 나눔에 철저히 하는 일이다. 아픔을, 괴로움을, 버림받음을 나눠가지고 동참하려는 복음의 정신에 바탕한 나눔이야말로 복음적 나눔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를 사는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을 산다는 것을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으나 실은 일상생활의 범사에서 작은 나눔의 정신을 철저히 사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제17회 구라주일에 즈음하여 우리 모두가 그 나환자들과의 나눔을 작은데서부터 시작하여 버림받은 인간의 삶에 동참하는 가운데 그들의 미래에 희망과 빛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예수께서 측은한 마음이 드시어 그에게 손을 갖다 대시며「그렇게 해주겠다 깨끗하게 되어라」하시자 그는 곧 나병 증세가 사라지면서 깨끗이 나았다』(마르꼬1·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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