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20평쯤 되어보이는 경당은 성직자 및 수도자 몇 몇 분과 우리일행 14명 그리고 서양사람 10여명이 들어서니 꽉 찼다.
교황님께서는 벌써 성당에 나오셔서 두 손을 모으시고 두 무릎을 꿇으시고 기도를 하시고 계셨다. 비록 뒷모습이였지만 어찌나 엄숙하고 진지하였던지 우리는 숨소리까지도 죽이고 좌석에 차례로 앉았다. 곧 이태리어로 미사가 시작되었고 성가는 우리 순례단이 입당 성가에서부터 퇴장 성가까지 우리 한국어로 된 성가를 불렀다.
나는 키가 작아서 언제나 앞에서고 앉는 버릇이 있어 이때도 스스럼없이 맨 앞줄에 앉게 되었고 교황님께서 분배해주신 성체도 제일 먼저 모실 수 있는 영광을 차지했다.
미사가 끝나고 교황님께서는 묵주를 하나씩 하사하셨다. 한사람 한사람에게 정성을 다해서 일일이 악수를 해주셨고 어떤 이에게는 머리를 쓰다듬기도 하셨고 어떤 이에게는 등을 어루만져 주시기도 하셨다. 서양인들은 감격해『빠빠』하고 소리 내어 울기도 했다. 기념촬영을 할 때도 나는 운 좋게 교황님 옆에 앉게 되었다. 가슴이 벅찼다.
용기를 내어 그분의 옷자락과 손끝에 살며시 손을 대어보았다. 바티깐 빠빠께서는 자애로우신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시고 내 손을 꼭 잡아주셨다. 나는 그만 두 손으로 그분의 손을 감싸쥐고 그분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한동안 얼굴은 소녀처럼 달아올랐다.
맑고 자애로우신 그 용안은 상대방의 표정에 따라 언제나 진지하셨고 만인에게 만인이 되어주셨음이 사진에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그 날 밤 내 아우 까리따스는 전등불 앞에 단정히 앉아 하느님의 합법적인 대리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또 보곤했다. 전 세계 평화의 왕이시고 사랑의 왕이신 바티깐 빠빠를 대하고 있는 까리따스의 눈은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흠모의 빛으로 초롱초롱했다. 『날이 새면 또 이스라엘로 가야 하니 어서 자라』고 말했지만 나 역시 바티깐 빠빠 생각에「로마」의 마지막 밤을 뜬눈으로 보냈다.
아마 오늘도 바티깐 빠빠께서는 모든 이들의 메마른 마음을 단비로 촉촉히 적셔주시고 계실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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