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때만 되면 온 국민의 신경이 대학가로 쏠린다. 예상 합격선이 어떻고 내신 등급은 어떻고하며 신경들을 곤두세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제도를 마련할 수 있을까 하여 설왕설래, 의견이 분분하기도 하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무던히도 노심초사하는 수험생들과 부모들의 모습이 여간 안쓰러운 게 아니다. 게다가 평소에는 그냥들 있다가도 이맘때쯤이면 미사를 드리려고 몰려드는 신자들의 모습도 여간 안쓰러운게 아니다. 얼마나 안타깝고 담담할까?
미사를 드리면서 사람마다 정도는 조금씩 다를지 모르지만 아마 자기 자식이 부디 좋은 성적을 내게 해달라는, 그리하여 원하는 대학에 꼭 합격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원을 담아 올리리라.
합격자 발표가 나면 정말로 희비가 엇갈린다. 이제 자기들이 청원한대로 합격이 된 뒤에 그 청원 미사를 간절히 드리던 열심한 신자들 가운데 진심으로 하느님께 감사 미사를 드리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게도 나병을 낫게 해주십사 간청하더니, 『몸이 깨끗해진 사람은 열 사람이 아니었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 갔느냐?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러 돌아온 사람은 이 이방인 한사람 밖에 없단 말이냐? (루까17·17-18)』주님께서 우리의 그 얄팍한 신앙을 보시면 얼마나 섭섭해하실까?
아니 어쩌면 낙방한 사람들한테 원망이라도 듣지 않으시면 다행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는 세태가 되어버린 것이나 아닌가? 『그렇게도 간절이 빌었건만 하느님도 너무하시지, 이게 뭐람』감사는 고사하고 이런 푸념과 원망이라도 듣지 않으시면 오히려 하느님편에서 그저 감사할뿐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는 세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나 아닌가?
하느님이 무슨 자동판매기처럼 돈을 집어넣고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것이 척척 나오듯 우리의 원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셔야 할 분으로 생각하는 중대한 착각 속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주께서는 언제나 우리가 진정으로 잘되기를 바라시는 분, 우리의기도도 이러한 기준에 맞춰 당신이 원하시는대로 들어주시는 분이시니,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모든 것이 주께서 우리의 보다 나은 현재와 미래를 위해 섭리하시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모든 것을 주재하시는 하느님 앞에 합격했다고 내 능력을 내세워 자만해서도 안되고, 불합격했다고 실망하고 좌절해서도 안되는게 아닌가?
우리에게 중요한 건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주님의 뜻에 따라 주님의 도구로써 오늘을 살고자하는 굳건한 의지가 아닌가?
입시 때만 되면 우리의 신앙생활도 한번쯤 더 점검해봐야 할것같다. 가령 우리가 천국에서의 입학시험을 본다면, 시험과목은 과연 무엇일까? 내신 성적은 무얼로 평가하며, 나는 과연 몇 등급이나될까? 나는 과연 이 시험 때문에 대학 입시때처럼 노심초사하고 있는가? 나는 과연 이 시험을 위해 대학 입시때처럼 노력하고 있는가? 나는 과연 이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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