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G20 국회의장 회의가 막을 내렸다. 작년 11월, G20 정상회의에 이어 서울에서 연달아 세계 주요 20개국 회의가 개최된 것이다. G20 국가의 선정에는 국내총생산(GDP)과 국제교역량 등 경제규모가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그래서 이들 20개국의 GDP를 합하면 그 규모는 전 세계 국가 총GDP의 85%나 차지한다. 같은 날,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미국 골드만삭스가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오는 2050년에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는 국내 보도가 있었다.
글로벌 투자기업인 프로비타스 파트너스가 작성한 보고서에 인용된 내용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작년 서울 G20 정상회의에 이어 이번 국회의장 회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우리나라가 세계 주요국으로서의 역할과 입지를 굳건히 다지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앞으로도 국제 사회의 어젠다를 이끌어 갈 세계 속의 일류국가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는 희망사항도 덧붙였다.
이런 희망사항이 실현될 수 있을까? 세계 속의 일류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규모에 걸맞은 사회?문화적인 성숙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언론 문제는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핵심 척도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보수적인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올해 5월 발표한 ‘2011 언론자유 보고서’에는, 우리나라가 ‘자유국’ 지위를 잃고 ‘부분적 자유국’(partly free)으로 강등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언론자유지수 32점으로 조사 대상 196개국 가운데 홍콩과 함께 공동 70위였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7위, 그전 해엔 66위로 가까스로 ‘자유국’으로 분류되어 왔으나, 이번에 강등되어 버린 것이다.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이 이번에 강등된 것은 검열과 함께 언론매체의 뉴스와 정보콘텐츠에 대한 정부 영향력의 개입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몇 년간 온라인상에서 친북(親北) 또는 반정부 시각의 글이 삭제됐고, 정부가 대형 방송사의 경영에 개입해 왔다”고 강등 사유를 밝혔다. 조사에서 자유국(free)으로 분류된 나라는 68개국이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부는 프리덤하우스가 평가와 관련한 어떤 질의나 자료 협조 요청도 한국 정부에 대해 한 적이 없어 객관적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사의 신뢰성과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3월,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공개한 ‘인터넷의 적’ 보고서에는 우리나라가 ‘인터넷 감시국’으로 선정되어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3년 연속 인터넷 검열 감시국으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선별적인 웹사이트의 차단, 전기통신법 47조 및 정보통신망법 44조 등의 모호한 법조문을 근거로 한 처벌 사례, 인터넷 실명제 추진 등이 그 사유로 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더 많은 개방을 바라는 국민들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 이 단체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소관사항이 아니라고 하고 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직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경제규모의 성장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회?문화적 성숙이다. 후자를 전자의 종속변수쯤으로, 나아가 전자를 위해 후자를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경제만능주의로 우리나라가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둘은 길항 관계로, 또는 의존적 적대 관계를 유지해야 상호 동반성장이 가능하다. 그 결과로 성장의 질이 좋아지고, 성장의 지속성도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인식 없이는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기도 어렵고, 세계 속의 일류국가로서 어젠다를 선점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에, 다시 경제만능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은 나만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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