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꽃이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꽃은 아니었습니다.
속삭이는 바람소리에도 깨어나지 못했고
반짝이는 햇살에도 피어날 줄 몰랐습니다.
촉촉한 단비에 고개숙일 줄은 더더욱 몰랐습니다.
그것은 인내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종이꽃의 가뭄이었습니다.
유일한 존재였던 형상이 바래져가던 날
당신의 간절한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 부르심은 호흡이었고 생명이었습니다.
메마른 이마에 기름을 부으시어
한없는 사랑과 은총으로 타오르게 하셨습니다.
이제 한 줌의 재가 되어
당신의 땅에 힘차게 뿌리를 내리고
햇살과 바람과 비를 먹으며
하늘을 향해 키를 낮추는 민들레처럼
당신의 향기로 피어나고 싶습니다.
때가 되어 홀씨 되는 날
반짝이는 은총으로 날아 오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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