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가을이다. 얼마전 나는 천호성지를 다녀왔다. 전북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 천호산 기슭에 있는 이 곳은 1839년 기해박해 이래 교우촌을 이루고 있으며 이 산에는 수없이 많은 무명 순교자가 묻혀있다고 한다.
성지에서는 비록 순교자의 성명은 알수 없지만 여러 자료와 증언에서 확인된 시신을 이 성지에 이장하여 시성된 성인의 묘역에 실명(失名)이라는 묘비를 세워모시고 있다.
이름 모를 순교자들은 우리를 위해 주님 곁에서 신앙 후손인 우리를 보고 계실 것이다.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보면 창설된지 1년만에 박해가 시작됐고, 100여년 동안 박해의 세월을 보냈다. 그간 1만여명이 순교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천주교회사는 바로 한국박해사일것이다. 사목자 없이 신앙공동체를 이루고 스스로 주님을 목숨걸고 증거한 신앙선조의 실천적 평신도상이 재현될 때가 아닐까.
이제 평신도 모임이 잦아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베드로 형제, 바오로 형제 등을 성당 안에서만 사용하는 호칭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스스럼없이 울려퍼지게 해야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신앙 선조의 신심과 순교정신을 이어 받는 것이고 또한 오늘의 한국 평신도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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