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사기꾼이에요』
2주일만에 보는 게 반가워 목조르기를 시도하는 찰나에 그녀석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뭐라구?』『선생님, 다음주에도 안올거죠?』 이녀석이 왜이러나 곰곰 생각해보니 저번주 내가 교리를 안나왔던 것 때문이었다.
지난주 졸업 워크샵이다 연합회 대림성탄 기획연수 리허설이다 해서 많이 바빴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나.
『아니야, 선생님이 지난주에…』말도 채 끝나기 전에 녀석은 사기꾼을 버려두고 킥보드를 타고 휙 가 버린다.
바쁜 교사의 비극이다. 주일학교 교사가 주일학교만 해야지 다른 일이 이렇게 많으면 결구 사기꾼이 되는 거다. 생각해 보니 3주전에도 학교 일로 교리를 못나왔었구나.
자책감에 기분이 우울해져서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성당으로 올라갔다. 멍하게 서있는데 유치부 녀석이 부른다. 『선생님, 우리 선생님 왜 안와요?』『우리 선생님? 유치부 선생님 저기 계시잖아』
녀석은 눈이 동그래지더니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말한다. 『아니오, 머리 긴 선생님이요』
아, 지난 학기에 그만둔 안젤라를 말하는 거구나. 그 친구는 개인사정으로 1학기를 마치고 교사를 퇴직했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결국 생각난 말은 그 안쓰러운 단어였다. 『선생님이 많이 바쁘셔서 인제 못 오셔』
그 녀석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우리 아빠도 바쁜데…』녀석의 표정이 아주 심란해 보인다.
아까 얻어맞은 데다 크게 한대 더 맞았다. 교사가 바쁘면 사기꾼이 되는 거다. 안젤라도 그 녀석의 아빠도 졸지에 다 사기꾼이 되어 버렸다. 바쁘다고 주일학교 아이들을 소홀히 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하느님께서는 또 한번 놀라운 방법으로 나를 뉘우치게 하신 것이다. 바쁘면 나빠, 바쁘면 나쁜 거야, 바쁘지 말자. 사기꾼의 누명을 벗으려면 바쁘지 말아야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