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란강 푸른 물살은
백두 천지에서 솟구쳐 푸르다
지리산 오르고 뛰어 백록담에서
핏빛 한 물결로
칠천만 가슴에 흘러 푸르렀습니다.
그 푸른 대동맥 백두대간
검푸른 물살을 거슬러
푸른 나무 능선 하나
가도 가도 일어나지 않는
검은땅 벌판을
나는 무엇하러 왔단 말인가
미친 듯 폭격하는 성조기 별들
그 몸서리로 찢겨지는 동심
그 피울음의 두 동강난 하늘만 보고
하늘을 보았다.
하얼빈 하늘로
목숨 걸고 달려 왔다 하는가
그 별 하나
끌어내리지 못한 우린,
무엇하러 역광장에서 손잡고 있는가
36년 기나긴 피눈물 한반도
돼지 목 찌르듯 난자한 난장
그 대학살의 머리통
이등방문 쓰러지던 플랫홈
그 먹구름의 하늘에는
까마귀도 울지 않았다.
쥐새끼도 만세를 불렀다.
총탄에 새긴 십자가
가슴을 뚫은 총성
심장에 꽂힌 십자가
그 형틀 하나
붉은 십자가 하늘
우리 가슴에 못 박으려
미친 듯이 달려 왔단 말인가
만주벌판 천지 한라에서
말발굽 만세 소리
백년을 흐르고 흘러
오천년 푸른 소나무
한 핏줄 동방의 영웅, 안중근 도마
그 십자가를 새기려 여기 왔단 말인가
다윗의 돌팔매
성부 성자 성령의 평화로 날아간
핏덩이 십자가
그 부활의 촛불 하나
태우고 여기 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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