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9일 전북 군산시 대명동 일명 「쉬파리골목」이라 불리는 무허가 윤락가에서 발생한 화재로 매매춘 여성 5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이 숨진 채로 발견된 건물 2층은 창문이 쇠창살로 막혀있었고 환기구나 비상구도 없는 데다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계단 철문도 잠금장치가 돼 있어 결국 안에 있던 5명이 감금상태에서 질식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의 한 중소도시에서, 그것도 사회에서 백안시되는 매매춘 여성에게 일어났던 일이라 이 사건은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한 채 그들의 비참한 죽음이 의미없이 묻혀질 뻔했다. 하지만 최근 가톨릭여성단체연대를 비롯한 여성, 사회, 시민단체들이 관련 경찰과 공무원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청와대와 검찰에 고발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는 「가장 큰 책임은 매매춘을 방치, 방조하고 있는 국가에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한 공익소송을 준비 중이다.
즉 이들의 주장은 이 사건이 단순한 화재사건이 아닌 성매매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발견된 여성들의 일기장과 수첩을 통해 감금, 폭행, 갈취 등 매매춘 여성의 인권유린 실태가 일부 밝혀졌으며 수사과정에서 경찰과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업주와의 유착관계 또한 그러나고 있다.
윤락행위방지법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현장활동가들은「국가적 방임」와 「매매춘 여성에 대한 편견」을 지적한다. 매매춘 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착취구조에 대해서는 지금껏 조사된 바 없으며 이들의 사회복귀 프로그램에 대한 제도적 장치 또한 미흡하다. 이러한 국가적 방임은 매매춘 여성에 대해서는 편견으로 죄악시하고 이용자인 남성에 대해서는 「필요악」이라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왜곡된 사회분위기가 가져온 결과이기도 하다.
『하느님 한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성실하게 살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이젠 지쳐가고 있어요., 이러다 삶의 의미조차 잃어버릴까 두렵습니다. 산다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줄은 알앗지만 이건 아닙니다』
창살에 갇혀 숨져간 어린 누이가 화재참사 며칠 전에 쓴 일기장의 한 대목이다. 우리는 이 죽음 앞에서 자유롭다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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