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지금 확실히는 생각나지 않지만, 학생들 앞에서 인생을 잘 살아나가는 길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다. 아마, 영시(英詩) 시간에 시의 한 구절이 촉매(觸媒)가 되어 얘기가 그렇게 흘러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열을 내어 얘기했고, 학생들도 열중해서 들어주어 사뭇 감동적인 분위기가 이루어져가고 있었는데, 돌연 어떤 학생이 ‘교수님, 그런 것도 다 일종의 욕심 아닙니까’ 하는 바람에 일순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나는 적절한 말로 그 학생에게 대처하지 못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순간 당황한 것이다.
그 학생의 논리에 중대한 허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허나 논리적으로 따져보기 이전에, 매사를 삐딱하게 보려고 하는 그 학생의 자세는 우선에 ‘페어플레이(fair play)’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면 될 것이다.
인생을 잘 살아나가는 방법 중에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독서다. 독서는 취미로서도 최선의 것이나, 책을 읽는다는 것은 훨씬 더 높은 차원에 속하는 체험이다. 무엇보다도 독서는 최선의 멘토(영도자)를 만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서 우리는 옛적의 성현(聖賢), 명인(名人)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우선 좋은 책을 만나야 한다. 그래서 ‘양서(良書)는 읽지 마라. 최양서(最良書)만 읽어라’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대개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교육을 받으면 독서는 누구나가 다 할 수 있는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독서의 역량을 키우는 일은 끝이 없는 작업이다. 얼만큼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곧 그 사람의 교양의 등급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독서의 체험을 통해서 지금에 와서 내가 분명히 느끼는 일이 꼭 한 가지 있다. ‘좋은 책을 잘 읽고 나면 그 사람은 반드시 읽기 전의 그 사람과 다른 사람이 된다.’ 바로 이 생각이 그것이다.
독서를 전후해서 사람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책을 잘못 선택했거나, 그 사람이 책을 잘못 읽었거나 둘 중의 하나다. 아주 좋은 책을 열심히 읽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 그 사람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거의 진리에 가까운 사실이다. 그리고 다시 말하거니와 내가 독서의 체험을 통해서 얻은 귀중한 결론이 바로 이것이다.
인생은 변화 안에 있다. 우리의 몸도 정신도 시시각각 변한다. 눈에 안 띄게 변하는 때도 있고, 눈에 띄일 만큼 갑자기 크게 변하는 수도 있다.
변화를 말로 표현하면 ‘연속의 불연속’ 또는 ‘불연속의 연속’, 이런 기묘한 표현이 된다. 기왕 변할 바엔 더 나은 쪽으로 상승곡선을 통해서 변해야하며, 더 못한 쪽으로 하강곡선을 그리며 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나는 요새 와서 ‘독서의 변화론’은 모든 체험에 그대로 적용해도 된다고 실감하고 있다. ‘어떤 절실한 체험은 그 체험의 전후에서 사람을 달라지게 한다’ 이런 생각을 늘 반추(反芻)하지만, 실은 이렇게 당연하고 평범한 생각도 없다.
인도의 간디가 젊어서 아프리카를 기차로 여행 했을 때 1등 칸에 탔다가, 관헌(官憲)에게 너 같은 놈이 무슨 1등 칸이냐고 발로 채여 쫓겨나 어느 초라한 시골 역에서 내려야 했던 일이 있었다. 간디는 추운 그 곳에서 웅크리고 앉아 밤을 샜다. 무척이나 심각한 체험이었을 것이다. 그런 체험을 하기 전의 간디는 부유하지만 평범한 한 변호사였으나, 그 체험 후에는 인도를 이끈 성웅(聖雄)으로 변해 있었다.
변화 안에 있는 인생, 우리는 어떻게든 이 변화가 우리를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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