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은 생명이 소생하는 봄을 지나 정열이 솟아오르는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이다. 지난 가정의 달에 축적한 사랑의 힘을 모아 민족의 화해와 통일로 가는 행복한 꿈을 그려볼 때다. 나라에서는 6일을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고, 10일에는 6월 민주항쟁을 기념하며, 25일에는 6.25를 상기하여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행사를 한다.
교회에서는 오는 6월 17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하며, 19일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미사를 봉헌한다. 이는 1965년부터 6월 25일에 가까운 주일을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한 데서부터 유래한다. 1982년 12월 한국천주교 전래 2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북한선교부’라는 명칭으로 출범한 민족화해위원회는 교회의 산하기구로 기도운동과 계몽운동 및 대북 선교활동에 주력하며 복음화의 고지를 향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서울대교구에서는 1995년 3월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7시에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지향을 가지고 명동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민족화해학교를 여러 차례 개설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각 교구별로 민족화해를 위한 기도와 북한동포 돕기 모금 및 통일기금 모으기 등에 앞장서고 있다.
1996년 3월부터 평신도사도직협의회에 민족화해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평신도 차원에서 종교인평화회의 등 각종 사회단체와 국내외 활동을 연결하며 다양한 통일 운동을 전개하고도 있다. 현실사회에 속에서 각자의 특성을 살려 인문학분야, 사회과학분야, 자연과학기술분야 등의 독자적 활동과 서로 필요한 협력을 나누며 보편타당한 가톨릭정신을 토대로 정진하고 있다. 창조주의 모상과 구원자 예수님의 성체성심을 표징삼고 협조자 성령의 도우심으로 화해와 통일의 길을 모색하는 데 지혜를 모으고 실천하는 예언적 삶을 희망한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와 세상사람 모두가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민족과 학파와 종파까지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왜? 어떻게를 물어가면서 공감대와 동참의 폭을 넓히는 화해와 통일의 어깨동무 여정을 꾸려간다.
돌이켜보면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우리의 고향산천은 천길 만길 낭떠러지보다도 더 깊고 아득한 절벽으로 갈라졌다. 지구상 어느 곳도 못가는 곳 없는데 한반도의 이쪽과 저쪽은 마치 하늘과 땅, 천국과 지옥처럼 오갈 수 없는 머나먼 나라로 분단되었다.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형제와 자매들이 목매어 부르는 소리는 어언 66년간을 빗겨만 가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내 혈족인 동포들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가기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로마 9, 3)”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민족화해와 통일운동이 이 시대의 순교로 회자될 만한 의미로 다가온다.
시인들은 이미 오늘을 내다보았을까?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이 세상 끝까지 가겠노라고 나하고 강가에서 맹세를 하던 이 여인을 누가 모르시나요?”, “림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내리고 물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 가니 림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정다운 그 손목 잡아 봅시다. 조국 위한 마음 뜨거우니 통일 잔칫날도 멀지 않았네”, “그 토록 다짐을 하건만 사랑은 알 수 없어요. 사랑으로 눈먼 가슴은 진실 하나에 울지요 그대 작은 가슴에 심어준 사랑이여 상처를 주지 마오. 영원히 끝도 시작도 없이 아득한 사랑의 미로여”, “꿈과 같이 만났다 우리 헤어져가도 해와 별이 찬란한 통일의 날 다시 만나자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목메어 소리칩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목숨 바쳐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을 이루자” 이처럼 우리민족의 심성과 기원을 담은 노래와 기도의 흐름이 우리 모두의 이성과 감성을 진화시켜 화해와 통일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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