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문은 10월 29일자 사설을 통해 평신도 신학자의 성실한 학문 연구를 촉구했다. 평신도 중 「가톨릭학술상」을 수상한 이가 없었다는 사실에 빗대어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올바른 지적이지만 아쉬운 것은 이 현실의 원인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유능한 평신도 신학자가 배출될 수 없는 한국 교회의 구조적 문제와 폐쇄적 풍토이다.
평신도 신학자의 학술상 수여 여부를 놓고 이들의 분발을 왈가왈부할 만큼 한국 교회의 신학계가 성숙되어 있는가? 그렇지 않다. 현재 한국 교회에서 평신도 신학자의 분발을 논할 수 있는 자격은 아무에게도 없다.
한국 교회는 평신도 신학자의 양성에 대해 관심이 없었으며 정책적으로 지원한 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게으름을 논하는 것은 배지도 않은 알을 꺼내려 닭의 배를 가르는 성미 급한 주인을 떠올리게 할 뿐이다.
신학이 성직자의 전유물처럼 인식되고 있는 교회에서, 평신도가 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공부할 공간도 마땅하지 않고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공간도 개방되어 있지 않다. 더구나 평신도가 똑똑해지기를 꺼려하는 경향마저 존재한다.
탁월한 평신도 신학자의 배출을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제반 여건의 성숙이 필요하다. 예컨대 다양한 차원에서 연구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의 창조적 에너지를 교회 내로 수렴하려는 개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그러한 전제조건 없이 개인적 노력만 강조한다면 가톨릭 학술상은 당분간 성직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평신도 신학자 양성을 위한 장학기금이 존재하는 한국 교회는 여전히 희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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