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주일미사 강론 중에 본당 신부님께서 이웃 농촌 본당신부님의 농가 일손 돕기를 소개하시고, 교우 과수원에 일손이 없어 올해 농사를 포기하려는 기로에 있으니 도우러 가자고 제안하셨다. 지금껏 수십 년 미사에 참례했지만 주일 미사 강론 중에 농촌 일손 돕기 말씀은 처음이었고 이웃을 사랑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신 신부님의 말씀에 감동 받았다. 과수원 작업 중 제일 일손이 많이 가는 일이 열매솎기 작업이다. 시기를 놓치면 탐스러운 과일 생산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일손 부족은 농업 인구의 감소와 농촌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다.
농업 인구의 감소는 이농과 농촌의 고령화 등에 의해서 발생했으며,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10년 전에도 이미 농업 인구의 고령화가 문제시 되었지만 지금은 기정 현실이 됐다. 통계청에 의하면 농가 수는 ‘01년 1354천 호에서 ‘10년 1177천 호로 13.1% 감소했고, 전체 가구 중 농가의 비중은 6.9%, 농가 중 전문농가는 19.5%(‘09년)다. 농가인구는 ‘01년 3933천 명에서 ‘10년 3068천 명으로 22.0% 감소했으며, 총인구 중 농가인구비중은 ‘01년 8.3%에서 ’10년 6.3%로 감소했다. 우리나라 인구 중 6.3%인 306만 명이 우리나라의 생명산업의 현장에서 우리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 단순한 인구의 감소뿐 아니라 고령화 또한 심각하다.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은 ‘01년 24.4%에서 ‘09년 34.2%로 크게 증가했다. 농업인 3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인 셈이다. 또다시 10년 뒤면 농업 인구의 감소로 인한 치명적인 위기가 우려된다. 정부의 농업정책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사랑이 더 중요하다.
농업은 생명산업이다. 부를 위한 공업 발전도 필요하지만 우선은 먹고 사는 식량 확보가 최우선적 과제이다.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 식량 부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접하면서 그것이 남의 나라 일 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처럼 농업이 절대적으로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농업 하면 어려움과 고통의 산업으로 오해되어 왔다. 급기야 대학마저 ‘농(農)’자가 비인기 분야로, 한국의 농과대학들이 앞 다투어 탈‘농(農)’으로 개명했다. 필자는 오랜 외국생활에서 외국의 농과대학 교수나 농민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모두가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달력에나 있음직한 아름다운 풍광의 알프스 산록의 농민은 강한 자긍심을 가지고 그 아름다운 산하를 지키고 살아간다.
농업은 생명 산업임에도 매스컴들은 하나같이 농산물시장 개방에 불안한 농촌, 구제역 대란으로 실의에 빠진 축산인, 가격 폭락으로 수확마저 포기한 배추밭, 축산폐수로 오염된 하천 등 온통 부정적인 면만 보여주곤 한다. 물론 그것이 오늘날의 농촌 현실이지만 우리나라 농업의 전부는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인식시키는 것 같다.
과거에 대표적인 농어촌 구조 조정사업을 보면 UR(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로 어려움에 처한 한국농업을 국제 경쟁력 있는 농업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 목표로 대형화, 현대화 정책을 택했다. 1992년부터 52조 원이나 되는 방대한 예산을 들인 사업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갔다. 2008년부터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대책으로 정부에서 119조 원을 들여 농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시행 했으며, 최근에는 EU 및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을 확대함으로써 농업에 대한 대책 현장은 더욱더 부산해졌다. 지방자치 단체별로 FTA 대책과, 자문위원, 대책위원장 등등의 직함을 가진 자가 많지만 믿음이 가질 않는다. 농촌 문제의 핵심인 농업인구감소, 고령화는 실감을 못 하는 것 같다.
농촌의 고령화는 이웃 일본이 앞서 겪고 있다. 해마다 늘어나는 휴경지를 위성사진으로 분석하면 어느새 휴경지에 쉽게 침범하는 대나무 숲이나 억새 숲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의 귀농정책, 해외 농경지 확보(우리나라 확보 면적의 40배, 자국농경지의 3배) 등의 실속 있는 대책을 수립하여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이 25%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해야한다. 농산물에 대한 소비윤리의식 부재가 심각하다.
이에 대한 대책은 그 어떤 정책보다 농촌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농촌은 인간의 생명 유지를 위해 하느님이 주신 텃밭이다. 잘 보존하고 지키는 일은 우리들의 본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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