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을 맞이하던 어느 날, 우리 기계본당 김호균 신부님께서는 저녁미사 강론이 끝나갈 무렵 ‘교구 설정 100주년 바자회 때 산나물을 팔아봅시다’고 말씀하셨었습니다.
우리 기계본당은 오랜 세월 공소로 있었습니다. 열악한 농촌실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노인이 많고 일도 많아서 본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참 많습니다. 바자회에 판매할 산나물을 얼마나 준비해야 본당에 도움이 되나 모든 신자들이 걱정하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신부님은 “하느님께서 도와주실 거니까 걱정은 하지 마이소” 하시고는 날이면 날마다 고사리 꺾으러 산에 가셨습니다. 바자회 날짜는 다가오는데 산나물은 나지 않고, 지켜보던 저희들도 애가 탔습니다.
신부님은 식복사도 없는 사제관에서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워 살기 어려운 그런 집에서 우리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나물나는 산 4만여 평을 예약해 두고는 산 임자도 예비신자로 초대하셨습니다. 그 예비신자도 나중에 일 년 가꾼 나물을 모두 본당에 봉헌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앞장서 가시는 예수님을 닮은 우리본당 신부님을 중심으로 우리 신자들은 하나로 뭉쳤습니다. 특히 젊은 자매들은 이팀, 저팀 바꾸어가면서 산으로 다니다가 저녁때가 되면 산을 내려와 나물 정리를 하고 서로 그날 얘기를 하면서 헤어지곤 했습니다. 연세 드신 분들은 산 밑에서 다래 잎도 따고 쑥도 뜯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새벽에 고사리 꺾으시고 아침이면 우리와 같이 산에 갔습니다. 함께 준비한 도시락을 산 중턱에 두고 시간을 정해 각자 흩어져 열심히 나물을 했습니다. 겨자씨만한 믿음만 있어도 태산도 옮긴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서로 격려하면서요. 또 신부님께서는 산꼭대기에 칡을 캐서는 잘라서 지게로 지고 험한 십리의 산길을 하루도 몇 번이고 오르고 내렸습니다. 그래서 칡즙이 만들어지고, 오가피?헛개나무 즙을 많이 장만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신자들은 개인적인 일 때문에 쉬는 시간도 있었지만, 신부님은 매일매일 한 달간을 열심히도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기계본당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이제는 알겠습니다. 애를 태우던 산나물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각 가정에서는 엄나물 등 집에서 나는 나물까지 보탬이 될 만한 모두를 본당으로 보냈습니다. 민들레를 캐서 김치를 만들어 파는 등 젊은 자매들의 본당 사랑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만, 그들은 신부님을 도와 무엇이든 봉사했습니다. 또 우리가 어렵고 힘들 때는 한 가족이 되어 의논하고 도우면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할 것입니다.
행사 당일 바자회 때를 생각하면 나물 판매대에서 우리 본당 김호균 마르코 신부님은 마이크를 잡고서 “기계본당 나물 사가세요~” 하시며 허기져가면서도 물만 드시고 밥드실 생각도 않고 너무나 열심히 외치셨습니다. 그렇게 외치고 또 외치고 하루 종일 외친 덕분에 산나물은 첫날에 다 팔렸습니다. 둘째 날은 본당 교중미사 관계로 오전에 신부님이 안 계시니 다들 자리만 지키고 있었는데 신부님이 오셔서야 마이크를 잡으시고 또다시 본당을 위해서 외치고 또 외치셨습니다.
어려운 본당에서 고생하시는 신부님! 지금도 저희들은 하나입니다. 저녁미사에 참례할 때면 종일 산을 헤매셨을 신부님은 깜깜한 성당 감실 앞에서 묵상하시고 계시던 그런 신부님입니다. 작년에는 휴가도 마다하시고 감 밭을 구해 혼자 농사를 지으시고 그 돈으로 보태서 차도 구입해 주시고는 주일날 차량 봉사를 받아 모든 신자들이 미사에 참례할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어느 수녀님도 그러셨어요. “간절히 기도하고 원한다면 다 이루어지니까 믿고 신부님만 따라가시면 돼요. 앞에 가시는 분이 계신데 뭘 걱정하지요?” 우리 기계본당에 새 성전이 완공되는 날까지 우리 신자들 모두는 신부님을 열심히 따르겠습니다.
성모님의 전구와 더불어 더욱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의 각 가정마다 은총이 풍성히 내리시고 신부님의 영육간의 건강을 기도합니다. 도와주시고 함께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도 참 고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감사로운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찬미를 받으소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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