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내 뒷마당에는 아니되올시다’. 산업폐기물·AIDS환자·범죄자·마약중독자·쓰레기 등의 수용·처리시설의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자기 주거지역에 이러한 시설들이 들어서는 데는 강력히 반대하는 현상. 한마디로 ‘우리 집에는 안 된다’는 이기주의적 의미로 통용되는 말이다. 전국 각 지역의 가축분뇨 처리시설 설립 반대, 영등포본동 노숙인 쉼터 설치 반대, 경산지역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 반대 등 우리 주변에서는 이런 님비현상이 실제로 일어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혐오시설이 일반인인 ‘내’가 사는 동네에 들어와 일반인인 ‘내’가 피해를 입게 된다면, 혐오시설 유치에 두 손 들고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신앙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조건적인 그리스도의 사랑을 배우고 실천하고자 하는 신앙인이라면, 과연 당당하게 ‘내 뒷마당에는 아니되올시다’ 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얼마 전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대표사제회의에 참석했다가 씁쓸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 교구 이주사목 담당사제가 이주민을 위한 이동 무료 진료소를 모 본당 내에 설치하려고 협조를 구했으나 해당 본당 신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주민 쉼터 청소 협조를 부탁하자 “내가 왜?”라고 오히려 반문하는 신자들도 있었다고 했다. 귀를 의심했다. 이주민을 위한 이동 무료 진료소가 ‘혐오시설’인가. 매 주일 성당에 가 미사를 봉헌하고, 내 가족, 내 단체, 내 본당만 알뜰살뜰 보듬고 사랑한다고 해서 진정한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질문을 던져본다. 예수님이 오신다고 해도 문전박대 할 것인가. 예수님께서는 가장 소외되고 가장 미소한 형제의 모습으로 우리 집 문을 두드린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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