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최근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공직 비리와 부처 이기주의 등에 대해 격한 심정을 토로하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대통령은 “오늘 당면한 혼란스러운 일을 보면 국민들께선 아주 당혹스럽고 걱정을 많이 한다.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온통 나라 전체가 비리투성이같이 보일 것이고, 오랫동안 잠재됐던 것들이지만 공정사회란 새로운 기준의 잣대로 보면 과거에 관행적으로 했던 것들이 전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며 “여기 모인 사람들이 크게 각성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무원 사회내 문제에 대한 이대통령의 지적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공직자의 올바른 자세에 대해 지적하였다. 예를 들면, 중국 명말(明末)의 홍자성(洪自誠)의 어록인 채근담(菜根譚)은 공직자가 공명정대해야하고, 언제나 공(公)과 사(私)를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의심한다고 하여 자신의 소신을 꺾지는 말고, 자신의 의사만을 믿어 남의 말을 물리치지는 말라. 사소한 은혜에 이끌려 대국을 그르치지는 말며 공론을 빌어서 사사로운 정을 풀려고 하지도 말라.” 또한 고려 충렬왕 때의 문신 추적(秋適)이 중국 고전에서 선현들의 금언(金言)과 명구(名句)를 모아 놓은 책인 명심보감(明心寶鑑)은 “관청의 일을 처리함에는 공평함보다 더 나은 것이 없고, 재물에 임해서는 청렴함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고 충고한다. 아울러 다산 정약용도 위영암군수이종영증언(爲靈巖郡守李鍾英贈言)이라는 글에서 목민관으로서 훌륭한 업적을 남기려면 육염(六廉)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염이란 첫째, 일체의 뇌물을 받지 말고 청백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색(色)에 청렴 하라는 것이요, 셋째는 직위(職位)에 청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의 염은 밝음을 낳으니 청렴해야만 투명한 공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며, 다섯째의 염은 청렴해야 공직자로서의 위엄을 유지할 수 있고, 여섯째의 ‘염’은 청렴해야만 공직자로서 강직한 성품으로 공직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서도 알 수 있듯, 청렴이야말로 공직의 기본 덕목이며 공직사회를 관통하는 원천인 것이다. 공직자가 지녀야할 이러한 청렴의 삶에 대해 생각하면서 무엇보다 정치인의 수호성인인 토마스 모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에 가장 위대한 영국의 인문주의자였으며 ‘유토피아’(Utopia)라는 유명한 저술을 남겼다. 또한 그는 1529년부터 1532년까지 영국의 최고 대법관을 포함하여 여러 관직을 역임하였다. 하지만 그는 헨리 8세의 혼인무효요청 서한에 서명하는 것과 국왕이 주장한 영국 교회의 수장령(首長令)을 거부한 죄로 런던탑에 감금되어 있다가 1535년 7월 6일 반역죄로 참수되었다. 처형대에 올라간 그는 구경하려고 몰려든 군중을 향해 “나는 왕의 좋은 신하이기 전에 하느님의 착한 종으로서 죽는다”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그와 친교를 맺고 있었던 에라스무스(Erasmus, 1469~1536)는 토마스 모어를 가장 명예로운 인간으로 칭찬하면서 “영혼이 눈보다 깨끗하고 결코 과거나 미래에서나 영국이 다시 가질 수 없는 천재”라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높은 위치에 있었으면서도 토마스 모어는 음식과 의복에 있어 단순 소박하였고, 특히 그의 청빈 생활은 유명하였다. 말년을 가난 속에서 보낸 그는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나누어 주곤 하였다. 어떻게 보면, 그는 대법관으로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헨리 8세의 신임 속에서 편안하게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금력이나 권력 앞에서 자신의 신념과 종교적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고, 바로 그 때문에 참수형에 처해진 것이다. 눈앞에 있는 명예나 금전에 얽매이지 않았던 그의 삶, 자신의 신념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마저도 내놓은 그의 삶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 공직자란 대중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사람임을 생각하게 된다.
공직자는 내 자신을 위해서 공직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를 위해서 곧 우리를 위해서 그 직분을 수행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토마스 모어가 자신의 가정을 하나의 교육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공직자로서 잘 산다는 것은 자신의 자녀들 앞에서 떳떳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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