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기원 사인판에 메시지 남겨
○…행사가 열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잔디밭은 6월의 햇살 아래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주최측인 주교회의와 의정부교구, 운전기사사도회 등 봉사자들은 오전 7시30분부터 행사 준비에 나섰다. 9시를 기해 모이기 시작한 신자들은 전쟁의 참혹함, 분단 전 북한지역 성당의 모습, 평화 정착을 위한 정부와 시민단체, 교회의 노력을 담은 사진전을 관람하고, 평화기원 사인판에 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남기며 하루 빨리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길 소망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10시에는 묵주기도를 봉헌하며 성모님께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전구해줄 것을 청하기도.
▲ 미사 시작 전, 행사에 참여한 신자가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평화게시판에 작성하고 있다.
▲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한반도 평화기가 봉헌되고 있다.
통일 열망 춤사위 선보여
○…오전 11시 평화누리 공원 위로 대고 소리가 길게 울렸다. ‘들어주소서, 반세기 동안이나 헤어져 있는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헤아려 주소서, 동족간의 전쟁으로 인한 깊은 상처를. 하나되게 해 주소서, 서로 다른 이념으로 분열된 저희를’이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통일을 염원하는 대고 소리가 길게 이어지자, 행사장에는 숙연함마저 감돌았다. 남녀 무용수는 흑백의 천을 이용해 분열된 민족의 현실과 하나됨을 향한 열망을 상징하는 춤사위를 선보였다.
이어 청사초롱을 든 어린이들과 파티마의 성모상을 앞세운 사제단과 주교단의 입장으로 미사가 시작됐다. 미사 중에도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특히 평화미사 봉헌물이 눈길을 끌었다. 춘천·의정부·인천교구 사제 3명과 대전·수원·전주교구 평신도 3명이 한반도기를, 가톨릭농민회가 생명의 양식이 한반도 전체에 고루 나눠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쌀을 봉헌했다. 또 남녀 수도자 25명이 비둘기 모양의 하얀 풍선을 일제히 하늘로 날려보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때 하늘 위로 해무리가 떠올랐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흰 풍선을 좇던 신자들은 해무리를 보고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르며, 주님의 현존하심을 체험하기도 했다.
▲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주교단이 입장하고 있다. 이날 미사에는 강우일 최덕기 이기헌 최기산 권혁주 유흥식 김운회 염수정 조규만 정신철 손삼석 이성효 주교 등 12명이 참석했다.
▲ 파티마의 성모상을 앞세우고 주교단과 사제단이 입장하고 있다.
▲ 평화상징물 봉헌 시간. 남녀 수도자 25명이 비둘기 모양의 흰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며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 분단된 남북을 상징하는 흑백의 천을 두르고 통일을 염원하는 춤사위가 벌어지고 있다.
정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
○…이날 미사는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가 주례하고,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김운회 주교(춘천교구장) 등 12명의 주교단과 전국 사제단이 공동으로 집전했다. 미사 전례는 강수근 신부(예수고난회) 지휘 아래 모인 광주·수원·인천·서울등 4개 교구 연합성가대가 하늘소리 국악관현악단의 반주에 맞춰 국악성가로 봉헌해 의미를 더했다. 또 고영민의 선교세상, 루젠 어린이 예술단, 전례무용단 등도 공연을 펼쳐 평화기원 미사가 흥겨운 소리와 퍼포먼스로 풍성해지도록 도왔다. 이날 미사에는 현인택 통일부장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문수 경기도지사, 국회의원 등 20여 명의 정부 인사가 참여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교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평화기원 미사 봉헌해 행복”
○…오후 1시, 사전 행사와 미사를 포함해 4~5시간의 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는 신자들의 표정에는 기쁨이 넘쳤다. 미사에 참례한 조영순(발바라)씨는 “한마음으로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해서 너무 행복했다”면서 “하루 빨리 통일이 돼 남과 북이 함께 기쁜 미사를 봉헌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선(첼리나) 씨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잘 도와주면서 정작 우리 민족인 북한 동포에게는 무관심했었다는 것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앞으로 더 열린 마음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날 민족화해를 위한 호소문을 낭독한 이은형 신부(한반도 평화기원미사 실행본부장·의정부교구 민화위원장)는 “신자들의 밝은 표정을 보니 오늘 행사가 성공적으로 잘 치러진 것 같다”면서 “앞으로 주교회의와 각 교구 간 협의를 통해 이 열기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길 바라는 주교단의 장엄 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