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 지상파 방송이 주일에 방영하는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 때문에 온 나라에 난리가 난듯하다. 실력파 가수 7명이 다양한 미션에 따라 노래를 부른 뒤 청중의 평가에 따라 1명씩 탈락하는 형식의 ‘나가수’는 문화계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 언론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나가수 신드롬’까지 낳고 있다. 대통령이 국정토론회에서 언급할 정도니 이쯤 되면 ‘나가수’ 열풍은 가히 태풍급이라 할 만하다.
무엇이 이토록 ‘나가수’에 열광하게 만들까. 아마 이전의 가요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예능의 틀을 빌린 파격에, ‘서바이벌’이라는 경쟁 유형을 도입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바이벌은 글자 그대로 생존을 건 경쟁이다. 게임판에서 가능한 한 오래 살아남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과대포장된 이러한 서바이벌 게임 형식의 경쟁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존 방식과 너무나 유사하다는 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토록 ‘나가수’에 열광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지만 ‘나가수’의 이면에 놓인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 함께 떠오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가수’를 비롯해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각광받는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들이 하나같이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는 것은 웬일일까. TV는 온통 서바이벌 경쟁을 내건 오락물로 넘쳐난다. 조금만 채널을 돌리면 노래 경연은 물론이고 요리 패션 심지어 다이어트까지 한다하는 곳은 어느 새인가 서바이벌의 장이 되어있다. 천진난만해야 할 아이들 놀이마저도 서바이벌이 아니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아냥을 듣게 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하루하루 서바이벌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는 가까운 친구나 형제조차 잠재적인 경쟁자일 뿐이다.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서바이벌 경쟁은 더욱 치열하고 무자비한 모습을 띠어가고 있다. 덩달아 우리 사회도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정글로 변해가고 있다. 이 정글 속에서 서바이벌의 룰은 갈수록 잔인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글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욕망에 삶을 맡기고 그것이 지배하도록 놔둔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열광 속에는, 무한경쟁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과 어떻게든 그 게임에서 이겨 살아남고자 하는 욕망이 모순적으로 중첩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서바이벌 게임에 대한 열광은 바로 이러한 이중의 욕망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세상살이 속의 현실은 신앙살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우선 ‘나부터 살고 봐야지’ 하는 마음은 같은 본당. 같은 공동체 안에서 만나는 이웃이나 동료도 서바이벌 게임판의 잠재적 경쟁자로 내몰게 한다. 그래서 그 경쟁자는 가능한 한 일찌감치 손 봐야 할 객체로 전락하고 만다. 이 때문에 교회 안에서도 갈수록 사람냄새 맡기가 힘들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수님이 계시는 하늘 나라에서 ‘나는 신자다’라는 이름이 붙은 게임이 열렸다. 그런데 이 게임은 상대를 눌러야만 이기는 지상의 게임과는 다르다. 어떻게 사는 게 참으로 아버지의 뜻에 맞갖게 사는 것인지를 두고 벌이는 선의의 경쟁이다. 천상에 쌓아둔 보화를 두고 많은 경쟁자들이 게임에 나섰다. 하느님 앞에서 이뤄진 이 게임의 최종 승자는 누구였을까.
그 해답은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나는 신자다’라는 깃발을 올곧고 힘차게 들고 세상을 헤쳐 나가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반대로 주님의 것이 아닌 지상의 것에 열광할 때 ‘나는 신자다’라고 고백할 수 있을까. 지상에서의 승자가 천상에서의 승자가 되리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하느님은 첫째를 꼴찌로 만드시는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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