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오 길에서 주님 만난 제자처럼
키드론 골짜기 구릉을 지나
이스라엘 어딘가를 걷노라면
서산에 고운 노을 질 때쯤
행여, 주님 동행해 주실지 몰라,
한 밤을 묵어 가실지도 몰라,
빵을 떼어 주시면 우리 눈도 밝아져
그윽한 주님 시선 알아 뵐 수 있으려나
소원 같은 꿈을 안고 나선 순례길
이천년 전 흔적 따라 순례자로 인산인해
주님 제자의 제자, 또 제자의 제자들
기념성당, 제대마다 여직 슬픈 십자가
예수님은 가시관 쓰고 매달려 계시고
이제 그만 대못을 뽑으라시며
성큼 땅위로 내려 오실것 같은데
‘아! 주님, 그냥
아직은 그냥, 거기 계셔주세요
당신을 안아드릴 제 가슴이 준비될 때 까지는…’
베들레헴 나자렛 카나를 지나
갈릴래아 호숫가 식당에선
시몬 베드로가 잡았다는 틸라피아
구운 생선 주님처럼 먹어보고
부른 배 쓸어가며 호숫가를 걸었네
진복팔단 기념성당
카파르나움 빵의 기적성당
이곳저곳 여기저기 걷고 또 걸었네
예루살렘 성 안은 온 종일 만원사례
베들레헴 주님 탄생 기념성당 마찬가지
시장통 십자가의 길 북새통 여전하고
미망의 미로인듯 두리번 두리번
어느 한 곳 고요히 머무를 수 있었으랴
어디에서 그 분을 뵈올 수 있었으랴
승천하신 주님 그곳에 안계시고
부활의 기쁨 혼자 덩실덩실 춤추는데
시멘트 바닥위에 큰 발자국 하나
주인공이 누구냐며 물으시는 웃음소리
샤론 평야 만개한 개양귀비 꽃
주님 흘린 선혈인듯 새빨간데
문득 얼굴들어 허공을 보니
주님 거기 빙그레 웃고 계시네
두 번 다녀가니 그래도 좋다시며
맑고 밝은 웃음으로 환히 웃으시네
집으로 오늘 길 주님과 나 사이,
사이 없어지고
만물에 깃든 시선 주님임을 알겠네
불평불만 한 것 다 아시면서
침묵으로 지켜주신 주 날개 그늘
주신 숨결 고요히 조율하니
선물처럼 주님 닮게 평화주시네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 주시냐며
성서 한 권 끌어안고 성사 청하네
이후엘랑 더도말고 덜도말고
주님만을 오롯이 사랑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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