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가 갈 길을 잃고 표류 중이다. 66년 분단 역사 속에서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었던 남북관계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분단 이후 최악으로 경색돼있다.
2011년 6월 17일, 통일부는 북한이 지난 11일 집단 귀순한 북한 주민 9명의 송환을 요구해온데 대해 ‘귀순자 본인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라는 내용의 전통문을 북측에 보냈다. 같은 날, 북한은 지난 5월말 제정한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에 따라 금강산특구 내 부동산 등 재산을 정리하겠다며, 현대아산 등 남쪽 당사자들이 보유한 부동산 처리에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같은 날, 프랑스 르 몽드지는 이 귀순자들 송환 문제가 남북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하며, 현재 한반도 평화는 무력충돌이 연이어 일어날 정도로 심각히 깨진 상태고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진정성을 잃은 남북관계, 이제는 통일의 당위성을 떠나 어떤 정치·경제적 이해득실도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꼬인 상태다.
같은 날 6월 17일, 한국 교회는 8년 만에 전국 규모의 한반도 평화미사를 봉헌하고, 이 얽히고설킨 남북관계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12명의 주교단과 전국의 사제·수도자·평신도 2만 여명은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길 한마음 한뜻으로 염원하며 ‘사랑의 논리’를 몸소 보여줬다. 신자들은 이날 미사에서 상처받더라도 먼저 다가서고, 조건 없는 사랑을 내줄 것,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 놓은 최고의 사랑을 보여준 그리스도를 따를 것을 다짐했다. 참회와 회개를 약속하며 ‘아름다운 제사’를 봉헌하는 신자들의 머리 위로 무지개 빛 해무리가 홀연히 떠올랐다.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신자들의 기도에 대해, ‘세상이 주지 않는 평화’를 ‘약속’하는 주님의 응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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