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안드레아수녀회가 필리핀 롤롬보이에 있는 성 김대건 신부의 신앙의 향기가 서린 성지를 개발하기 위해 힘을 기울여오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롤롬보이는 김대건 신부가 신학생 시절 마카오 민란을 피해 피신해 있으면서 모국인 한국 교회의 복음화를 위해 미래를 기약하던 애틋한 사연이 서린 곳이다. 성 안드레아수녀회는 사유지였던 이곳을 2000년부터 매입해 성지로 가꿔오고 있다.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모신 유해소를 마련하는 등 성지를 단장하는데 힘을 기울여온 수녀회는 최근에는 성당을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성당 건축을 전기로 성지를 새로운 복음화의 보루로 가꿔나갈 구상이었지만 재정 부족으로 기공 몇 개월 만에 공사가 중단되고 말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성 안드레아수녀회의 경우와 비슷하게, 이 땅에 신앙을 이어준 중국 교회 곳곳에 널려있는 한국 교회 관련 유적을 발굴하는 등 신앙선조들이 나라 밖에 남긴 신앙의 유산을 발굴하고 보전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게 이어져오고 있다.
오늘날 해외여행의 증가와 더불어 해외 성지순례를 떠나는 순례자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에 있는 한국 교회 관련 사적지나 유물에 대한 관심도 과거에 비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맞갖은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다 보니 반짝하는 관심 수준에 그치며 소중한 신앙유산이 역사 속에 묻혀가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회 문화유산은 무엇을 어떻게 발굴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그 가치와 중요성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들어 해외에 있는 한국 교회 관련 신앙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우리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거나 훼손되어가는 있는 교회 문화유산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신앙선조들의 소중한 믿음과 신앙의 숨결을 담고 있는 교회 문화유산들은 많은 이들이 쉽게 찾아 함께 신앙의 기억을 나눌 수 있을 때 의미를 지닌다. 지금처럼 무관심 속에 교회 문화유산을 방치하거나 훼손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는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파괴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해외에 있는 신앙유산도 한국 교회 신자들의 신앙을 살찌울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따라서 이번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지 개발을 계기로 해외에 있는 한국 교회 관련 신앙유산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새롭게 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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