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를 대리하여 하느님의 백성에게 봉사하는 교황을 위해 기도하고 교황에 대한 순명과 일치를 다짐하는 교황주일을 맞았다. 가톨릭교회는 해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에 가까운 주일을 교황주일로 지내고 있다.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를 지도하고 통치하는 최고 사목자이다. 교황직은 초대 베드로 사도에서부터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이르기까지 265대 째 이어져 내려오면서 가톨릭교회의 정통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행 교회법에 따르면 교황은 교황 선거권이 있는 전 세계 추기경들에 의해 전(前) 교황 서거 후 15일 이내에 소집되는 선거회의 ‘콘클라베’를 통해 종신직으로 선출된다.
가톨릭 신자들은 교황주일을 맞아 △지상에서 그리스도의 대리직분을 수행하는 교황이 그 직분을 끝까지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교황의 뜻이 그리스도의 뜻 안에서 합당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황의 영육 간 건강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희생할 것을 권고 받는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다. 우린 흔히 교황의 높은 명예와 권위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정작 ‘종들의 종’이라는 교황직의 무한한 헌신과 자기 희생의 삶에 대해서는 간과하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은 십자가의 희생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당신의 희생을 통해 구원의 영광을 이루신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교황은 바로 그러한 모습을 그대로 닮아 살아간다.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는 영광의 자리이지만,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짊어져야 하는 자리인 것이다.
이처럼 인류구원의 성무를 짊어진 교황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기도를 바쳐야 한다. 교회가 매년 교황주일을 정해 기념하고 기도하도록 청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교황의 거룩한 소명은 결코 교황 자신의 인간적인 능력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모든 하느님 백성들의 기도 동참으로 가능하다.
현재 우리는 세속주의와 물질만능주의, 반 생명주의가 활개를 치고 있는 험난한 세상을 살고 있다. 교회 고유의 윤리적, 사회적 가르침들은 세속적 가치에 의해 폄하되고 숱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종과 계층, 문화와 종교 차이가 만들어내는 갈등과 분쟁 상황 또한 심각하다.
교황주일을 맞아 단순히 매년 의례적인 기념일로 생각하지 말고, 이 순간 나의 기도가 교황의 인류 구원을 위한 헌신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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