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댐 건설 백지화가 발표되고 난 뒤 온 국민은 참으로 잘 한 일이라고 격려의 박수를 보냈고, 동강 살리기를 주도했던 환경운동 단체들과 관계자들은 오랫만에 발뻗고 편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나 수몰예정지구로 고시됐던 지역의 주민 약 1300여명은 저무는 해가 야속하고 하루하루 삶이 살얼음을 딛듯 고달프고 힘겨운 나날이다.
지난 91년 댐건설이 고시화 되면서 동강 주변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는 것이라곤 농사짓는 일밖에 없는데 앞으로 조상 대대로 정붙여 살던 곳을 떠나 어찌 살 것인지 눈앞이 캄캄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흘러 들어온 얘기인지 몰라도 유실수를 심으면 보상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수천 년을 고요하게 흘러온 동강에 갑자기 투기바람이 불어닥쳤던 것이다.
순박하게 농사밖에 모르고 살던 사람들은 횡재수나 만난 듯 일확천금을 꿈꾸며 서로서로를 부추겼다. 주민들은 집집마다 맞보증을 서가며 은행대출을 끌어다 과실수를 심기 시작했다. 물론 나무를 키워 과일을 딸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기에 그것이 자랄 공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채 모를 심듯 촘촘하게 심었다. 나무 그루 수에 따라 보상금이 나온다니 이제 머지않아 수십 억대의 부자가 되겟지 꿈을 키우며 댐공사가 시작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댐공사는 대통령의 용단으로 백지화됐고, 수십 억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이들이 진 빚만 해도 줄잡아 100억을 웃돈다. 이제 이들은 눈에 뵈는 게 없는지 『적절한 피해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동강을 똥물로 만들어버리든지, 농약을 확 풀어버리겠다』고 협박을 하고 있다. 놀랍고 무서운 얘기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대접 못 받고 사느니 차라리 동강생태계도 죽이고, 자신들도 죽어버리겠다는 그들의 심정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가?
댐건설을 위히 투기를 조장했던 측도, 동강을 살리겠다고 앞장서 떠들던 단체들도, 댐건설은 필요악이락 우겨대던 정부도, 동강의 비경이 사라지기 전에 보겠다고 붐비던 인파도 이제는 동강을 잊엇는지 발길이 뜸하다. 아무도 이들을 기억하지 않은 채 12월의 동강은 저물어가고 있다.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동강 살리기에 함께 했던 사제들이 그들 곁에 남아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애쓰고 있지만…. 우리가 물을 아끼지 않고 마구 쓴다면 어디선가는 또 다시 이런 피해자들이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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