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1일 새벽 4시, 우리나라 전역에서 아날로그 TV방송이 전면적으로 중단된다.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시한을 정해놓고 디지털 전환을 강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파악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울진·강진·단양에서 1차 시범 사업을 실시했다. 그러자 지상파TV 직접 수신 세대의 약 20%가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고 난 이후에도 디지털 수신 환경을 갖추지 못 하거나 하지 않았다.
이달 29일 시범 사업이 끝나는 제주도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에는 가입자가 4억 명이 넘는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이 서비스에서 집단 탈퇴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4월 말에서 5월 말까지 미국에서 600만 명, 캐나다에서 140만 명이 탈퇴한 것으로 관련업계가 통계를 내놓고 있다. 페이스북과 관련된 모든 계정에서 로그아웃하고 하루 동안 페이스북과 관련된 어떤 행동도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프로테스트 페이스북(Protest Facebook)이라는 운동도 전개된 적이 있다.
정보화?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하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라든가, 의미없는 사생활 공유에 대한 피로도 증가, 깊이 없는 쓰레기 정보들의 난립 때문이라고 사용자들이 직접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경제적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는 점 때문이다. 유비쿼터스 시대니 4A 시대니 하는 정보화 사회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난무하지만, 이런 전망들은 이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한정되는 전망들이다.
우리나라는 가계소득에서 정보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이 때문에 정보격차(diigital divide)는 소득, 교육, 지역에 따라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정보격차는 정보소유계층(Informationhave)과 정보비소유계층(Informationhave not) 간의 격차를 말한다. 새로운 정보기술의 개발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지만, 새로 개발된 정보기술은 계층 간의 격차를 확대하는 성향도 지니고 있다. 정보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지식과 정보의 장악에 있어 사회 주류와 소외계층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권력과 부의 편중현상도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다른 한편, 경제학자들은 정보기술(IT)에 대한 기업의 의존도가 커지면서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경제성장도 가속화되지만, 양극화도 더욱 확대되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이에 비례해서 일자리도 늘어나야 하는데, 정보화에 따른 경제성장은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IBM이 콜센터를 임금이 싼 인도로 이전하면서 미국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은행들은 자동화기기의 도입이나 인터넷 뱅킹이 일상화되면서 직원을 감축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제철산업도 과거에는 고용창출에 엄청난 기여를 하였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 제철라인에 노동자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기업은 정보화로 무장하면서 매출이나 이익률이 높아지지만, 이에 반해 일자리는 줄어들거나 늘어나더라도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정보화 사회로의 이행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대로라면 자본과 정보를 독점한 소수에게만 모든 자원이 집중되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정보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반 서민들은 더욱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낮은 임금과 비정규직의 일상화, 낮은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로 우리나라는 점점 활력을 잃어갈 것이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양극화의 격차가 점점 심화된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보복지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할 때다.
디지털 난민의 양산은 우리 모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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