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직자나 비리의혹에 연루된 저명인사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의 머릿속에서 잊혀가고 있는 전직 대통령이나 장관, 재벌 회장을 우리는 그렇게 허망하게 잃었다. 검찰수사(이하 내사 포함)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살파문이 이른바 ‘악마의 덫’에 걸린 사람들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외일 수는 없다.
이제까지 비리의혹에 연루되거나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자살을 선택한 유명인사 중에서 함바집 비리관련 전 농식품부장관, 승부조작 관련 프로축구선수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언론보도가 미진했던 경북태권도협회 간부나 인건비 횡령혐의의 전남문화산업진흥원장, 경찰의 수사를 받던 양양군청 직원에 대한 자살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건이 계속되면서 피의자나 참고인 관리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은 당혹스러운 입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반면 검찰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유추해 보면 수사과정에서 참고인이나 피의자들에 대한 강압적 수사는 물론이고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 자행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용의자의 자살은 수사를 종결해야 하고, 수사에 대한 성과도 없으며, ‘아니면 말고’라는 몰이식의 검찰수사로 인해 자살하는 사회적 파장 및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게 되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킨다.
그런데 최근 이와 관련된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검찰의 대검 중수부 폐지 및 공직비리 특별수사청 신설에 대한 특위활동이 검찰의 반발로 무산위기에 놓여 있다. 또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기관 이기주의가 국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러한 검·경 수사권 갈등은 대통령의 말도 듣지 않는 “막가는 검·경 수사권력 다툼”으로 비춰지고 있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바라건대 이번 기회에 정치권은 사법개혁의 재검토 차원을 넘어 개혁의 매듭을 지어야 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져서 억울하고 허망한 죽음이 계속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자살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가장 커다란 죄를 짓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의 창조질서에서 가장 소중하고 고귀하며, 가장 위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명존중의 논리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지은 죄를 알면서도 아무런 반성없이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스도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죄를 회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죄를 반성하고 회개할 때 그 죄를 용서해 주시는 것은 물론 커다란 은총을 주시며, 궁극적으로 하느님도 기뻐하신다.
또한 자살은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가 없다. 이 이유는 영원히 회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와 같이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루카15:7) 즉 하느님께 얼마든지 기도하고,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은혜롭지 못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살은 하느님께 사랑받을 권리에 대한 포기요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십자가의 권세를 받을 기회의 상실인 것이다.
사실 인간은 누구나 약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누구나 하느님께 죄를 짓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그러한 약점이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누구나 쉽게 성경을 통해서도 알 수 있고, 주님의 말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는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시련과 고통의 어려움에 직면했을때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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