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이 위치한 마산 수정만에 건립될 예정이던 조선기자재공장 문제가 마침내 4년여 만에 해결됐다. STX중공업(주)이 수정산업단지 조성을 포기한 것이다. 우선 그동안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물심양면 노력한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과 수정 마을 주민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이번 결정은 주민들의 생존권과 환경파괴에 맞서 경제개발의 논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자 생명임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고무적인 것은 거대 기업과의 분쟁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소중한 생명과 환경을 지켜냈다는 점이다.
STX의 공장 건립은 추진 단계부터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조선소 건립 추진 당시 주민들의 사전 동의도 없이 창고로 활용한다고 속인 점과, 환경오염에 대한 대비책 없이 경제적 잣대로 강행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마산시까지 합세해 주민들 모르게 주거용지를 산업용지로 용도변경을 추진한 사실이 드러나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이처럼 기업과 시가 함께 철저하게 주민들을 속이면서 무리하게 공장 건립을 강행하자 주민들은 분개했지만 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주민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도 복음적 관점으로 회피할 수 없는 요청이라고 판단해 주민들과 뜻을 같이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이들은 승산 없는 싸움이란 우려 속에서도 조선기자재 공장 건립 저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수녀원은 삶의 터전과 고향을 잃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것이 복음적 가치를 지키는 것임을 가슴에 새기고 사업단지 승인과 사업 철회를 탄원하는 소송, 언론 보도, 행정기관 항의방문 등 다양한 방법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소 건립을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된 수녀원과 주민들은 마지막 희망으로 이주 대책 마련과 보상을 촉구했는데, 결국 STX가 이주보상의 책임을 회피하며 사업 포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수녀원과 수정 주민들을 적극 도왔던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백남해 신부는 “지나간 일들의 아픔은 다 잊고 이제 평화로운 수정마을을 만들기 바란다”며 “지역발전이나 경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이 먼저임을 인식하고 평화롭게 이웃이 더불어 사는 것이 가장 귀하다”고 강조했다.
분쟁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공장 건립을 두고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반목해온 주민들의 화합이 절실한 상황이다. 수정마을이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를 되찾아 화합과 일치를 통해 새롭게 거듭날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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