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없으신 홍 마리아(80세) 할머니는 홀로 사신다. 고향을 떠나오신 이후 고향에 가셔서 묻히는 것이 소원이시란다. 통일의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할머니를 찾아뵈올 때마다 통일되는 소식이 있느냐는 첫마디는 언제나 나의 마음을 당황하게 한다. 무슨 말로 어떻게 할머니의 그 심정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언제가는 고상을 사무장님께서 벽 가운데 걸어 주시고 가셨다
그런데 할머니께서는 고상을 다락에 걸어 놓으신 후 휘장을 가리시는 것이 아닌가? 혹시라도 이웃에 이북에서 온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까、십자님을 감추어야 한다 했다. 할머니께서는 이북사람들을 두려워하고 계셨다.
『할머니 괜찮아요. 이곳에서는 그런 사람 없어요. 신자가정은 모두 고상을 이렇게 벽에 걸어두고 기도를 해요. 그러니까 할머니도 열심히 기도 하시면 통일이 빨리 이루어 질 거예요. 할머니 기도해요.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아멘』십자성호를 하시면서도 금방 잊으신다. 그러나 예수님 이름은 언제나 십자님이시란다. 몇 번을 아니라고 했지만、할머님께서는 예수님 발음보다는 십자님이 기억하시기 빠르셨나 보다. 처음엔 아니라고만 하던 나는 할머니께서 십자님이시라고 하신 뜻을 곧 알게 되자、『할머니 그렇게 하세요. 십자님께 할머님 소원을 기도 하세요.』
무릎 꿇고 기도드리는 순간、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지켜보시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할머님의 천진스런 기도 모습은 곧 예수님께 소원을 청하기에 앞서 죄를 통회하면서『십자님、그저 이 죄인을 용서해 주시 라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시요. 고저 통일 되야서 고향 땅에 묻히게 해주시라요』수많은 역경을 견디어 오신만큼이나 그분의 얼굴엔 주름살이 가득하다.
그러나 마음만은 언제나 천진한 어린이 마음이시다.
주일은 이웃사람에게 물어보시고 미사에 참석하신다. 그분을 통해 많은 것을 깨우쳤으며、예수님처럼 가난하신 할머님、이 추위에도 할머님은 웅크리고 기나긴 밤을 지새우시겠지요! 따뜻한 목도리로 이 추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성당에 다닐 수 있도록 정성껏 한코 한코 뜨면서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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