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장인 황민성(베드로) 주교가 지난 13일 숙환으로 서거했음에 대해 깊이 애도의 뜻을 표하고 삼가 천상의 명복을 누리기를 비는 바이다.
황 주교는 일찌기 성신대학을 졸업하고 사제서품을 받은 후 「빠리」의 생쉴삐스대학과 「빠리」가톨릭대학원 신학과와 철학과를 졸업한 다음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신학자로서 58년부터 64년까지 가톨릭대학부학장과 학장을 역임하면서 많은 사제양성에 온축(蘊蓄)을 기울였으며 잠시동안 서울 명동주교좌성당의 주임신부를 거쳐 65년에 주교로 서품되어 대전교구의 제2대 교구장으로서 20년의 세월을 대전교구민의 사목을 위해 심혈을 경주하다가 13일밤 산하 53개 성당의 조종속에 향년 61세로 선종했다.
황 주교는 천품이 온후하고 외유내강하며 학구적인 자세로 만사에 임하는 자세로 만사에 임하는 목자로서 알려지고 교회안팎서 존경을 받아왔었음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또 황 주교가 교구장으로 취임했을 당시는 대전교구 교세가 아직 미약한 상태였던 것이 오늘날 53개 본당에 9만신자를 확보하게 되었음은 지금 농촌복음화의 부진한 상황에 비추어 실로 장족의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돼야 할 것이다. 또 대전의 성모병원을 위시해 문화회관, 교육회관 등의 사업은 교구민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에 공헌한 바 크다 할 수 있다. 또 황 주교는 복자들의 시성운동과 성지가꾸기에 남달리 관심을 가져 특히 복자 김대건 신부의 출생지인 솔뫼의 성역화사업에 심혈을 기울였음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너무나 거창한 계획탓인지 김대건 신부의 시성을 목전에 둔 오늘날까지 그 완성을 보지못하고 이 세상을 떠났음은 황 주교에게 있어서는 실로 명목(暝目)하기 어여룬 일이 아니었겟는가. 뿐만아니라 황 주교는 이 성역화사업을위해 얼마나 노심초사와 고충이 많았던가도 짐작되고 남음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한국교회 2백주년인 올해 5월에 교황의 역사적 방한과 1백3위의 장엄한 시성식을 앞두고 생전에 복자시성과 성지개발사업에 몰두했던 황 주교의 모습이 거기에 있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애석하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황 주교는 또 제2차「바티깐」공의회 이후 평신도의 사도직이 강조되고 있을때 평신도의 조직화에 관심을 가져 처음 전국적 평신도사도직 협의회를 창설하는데 총재주교로서의 많은 배려를 베푼 사실도 망각할 수 없는 발자취의 하나였다고 생각된다.
이상에서 황 주교의 생전의 사목업적에 대해 대략 회상해보았으나 그 공적의 이면에는 언제나 말못할 고충과 시련도 함께 있기마련이다. 그러나 이제 황 주교는 그 모든 고난과 십자가가 극복되고 하늘나라에서 개선의 영광을 차지할 것으로 믿을뿐이다.
황 주교는 이미 모든 것을 남겨둔채 갔지만 대전교구는 그것들을 이어받아 계속 발전시킬 의무를 지니고 있다. 이제는 한때의 비탄을 거두고 새로운 결의를 해야 한다. 하느님의 나라를 위한 일에는 한순간의 휴식도 있을수 없다. 후임교구장이 임명되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것이 교회의 상례이다. 대전교구민 특히 사제단이 일치단합하여 교구장 공백기간중에 교구사목 전반에 유무가 없도록 특단의 노력이 있기를 요망하는 바이다.
황 주교가 못다한 일과 미완성된 일들에 대해 재삼 검토하고 신속히 처리하여 후임교구장이 취임할 때까지 공백이 없이 만족한 상태로 인계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그리스도께서는 최후만찬석상에서 제자들에게 하나가 되기를 성부께 간절히 기도하셨다. 이는 오늘의 하느님의 백성들에게 대한 유언인 것이다. 오늘의 교회에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일치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2차 「바티깐」공의회는 교회의 쇄신과 일치를 강조했던 것이다. 주교단의 일치, 주교와 사제단과의 일치, 사제단의 일치, 나아가서는 성직자와 수도자와 신자들과의 일치가 가장 긴급한 과제이다.
대저지역은 지정학적으로 한국의 중심부이고 교통의 요충지로서 대전교구가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 유의해 이때에 더욱 전교구민의 화합과 일치에 각별한 관심과 노이 있기를 촉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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