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국민학교 학생들 중에는 친구들끼리 무얼 빌려쓰고나면 으례 그 댓가로 1백 원이고 2백 원이고 돈을 주고 받는다는 얘기를 아내한테서 듣고 깜짝 놀란적이있다. 아무런 타산없이 서로를 위하고 네것 내것 따지지 않고 함께 나누어야할 어린이들의 티없이 맑은 마음, 그래서 주께서도 어른들에게 본받으라고 가르쳐주신 그런 어린이들의 순진한 마음에 어느새 주님과 함께는 결코 섬길 수 없는 맘몬이 황금빛을 번쩍이게 되었단 말인가?
모든 일을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어른들의 사고방식이 이렇게까지 아이들에게 옮아가버릴 수 있을까? 마음의 고마움을 돈으로 다져서 갚아버리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않는 어른들의 사고방식이 이렇게까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파고 들어갈 수 있을까?
하기야 고마움을 능력껏 보답한다는데야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아니 어쩌면 오히려 칭찬을 해줘야할 이이겠지만, 문제는 흔히 그러한 보답에 알맞은 정성이 담기기는 커녕 마땅히 담겨있어야할 정성을 돈으로 대신하려는 사고방식인것 같다. 해서 정성을 돈으로 따지려하고 일단 돈으로 따진 다음에는 정성은 사라져버리고 마는 세태가 되어버린것 같다.
그러니 정성을 주고받음이 마치 자동판매기에 단추누르듯 되어버린 셈이다.
어느 틈엔가 황금만능주의 세태는 교묘히 교회에도 파고 들어와 우리를 당황하고 서글프게 한다. 어느덧 교회 안에서도 누구에게 무슨 축하를 하려고 해도 돈이 따르지 않으면 무언가 결례가 된것 같고 내 마음을 몰라줄것만 같아 불안하기 짝이없는 느낌이 들게끔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겉으로는 아무리 멋진 선물이라도 그 속에 정성이 담겨 있지 않으면 값어치가 없는 것이거늘, 눈에 보이는 물질적 선물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도의 선물을 지심으로 더욱 고마와 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기도도 물질로 그 효과가 그러나야 비로소 고마와 하는 세태가 되어 버린게 아닌가? 과부의 정성어린 동전 한 닢은 말로만 고맙게 여겨지는 풍토가 되어 버린게 아닌가?
게다가 우리는 물질적 예물에는 이리 재고 저리 재지만, 영적 예물에는 별로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은채, 정말로 바칠 수 있는 기도나 희생을 따져보지도 않은채 후하게 하는 습성에 젖어 있는 것 같다. 이 역시 따지고 보면 기도와 희생에 있어서도 양을 불려 정성을 대신하려는 사고방식의 발로가 아닐까? 더구나 영적예물이야 하느님 밖에는 누가 확인할 길이 없으니 ㅁ마음 놓고 후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니 말하자면 우리는 어쩌면 하느님을 기만하는 영적예물 인플레를 조장하고있는 셈이다.
문득 러시아의 문호 투르게네프가 남긴 일화가 생각난다. 그가 어느 추운 겨울 날 공원을 산책하다가 남루한 옷차림의 걸인 한 사람을 만났다. 이 걸인은 동냥을 청했지만 투르게네프는 마침 한푼도 가진 것이 없었다. 매우 당황한 그는 이 걸인의 더러운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쥐고 말했다.
『미안하고. 가진게 없구료.』하지만 이 걸인은 뜻밖에도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선생님께서는 오늘 제가 가장 큰 선물을 주었읍니다. 이걸 어떻게 몇푼 돈과 비길수 있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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