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께.
수녀님들의 그늘에서만 자라온 제가 아주 작은 본당에 와서 처음엔 얼마나 많이 놀랐는지 모릅니다. 수녀님도 계시지 않고 신자수도 아주 적은 시골본당에서 신부님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분주함을 보고 어쩔 줄을 몰랐읍니다.
예비자교리ㆍ레지오지도ㆍ성가지도ㆍ어린이교리ㆍ혼인미사ㆍ장례미사…
북치고 장구친다는 말은 작은 본당의 신부님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생각되었읍니다. 신부님을 돕고 싶었읍니다. 그러나 아는 게 없었읍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교리교사학교에서 공부해둘걸…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지금부터라도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끝에 교리신학원 통신교육과정을 시작했읍니다. 주님의 도구로 써달라고 기도하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수료하기까지 아직 더 많이 공부해야하는데 마음이 바쁩니다. 그런데 마침 1월23일부터 교사학교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읍니다. 公務로 방해되는 날이 용케도 하루도 끼어있지 않은 일주일이란 걸 확인하고는 어쩌면 주님의 재목으로 선택받은 것 같아 퍽 기뻤읍니다. 교사학교 수강신청을 하고 공부를 시작했읍니다. 한치의 여유도 없이 꽉 짜여진 일정이 무척 바쁘고 또 힘들었읍니다.
시험, 숙제, 시험, 시험…20여년 전의 학생생활로 되돌아간듯 했읍니다.
수강생 거의가 아직 어린 대학생들이고보면 저로선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 수 없는 심리적 부담이 뒤따랐읍니다. 열강 주님께 무한히 감사드렸읍니다.
42시간의 교사학교 과정을 마치던 날 파견미사를 드리면서 기도했읍니다.
『주님, 이 자리에 불러주시고 배우게 해주신 사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본당에 돌아가서 어린묘목들을 키우면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길 원합니다. 어린이들이 만나고 제가 또한 그들에게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우린 주님을 매체로 사랑의 통교를 해야겠읍니다. 단순히 교리지식의 전달자에 그치지 않고 당신 사랑을 전하는 하느님의 전령이 되고 싶습니다.
주님, 어려움을 견디어낼 힘을 주셔요. 욕심을 이겨내는 지혜를 주셔요.
잘못을 용서하는 사랑을 주셔요.
그리고 주님을 진실로 진실로 섬길 수 있는 뜨거운 믿음을 주셔요. 오른손으로 벌준 아이를 왼손으로 껴안는 사랑의 교리교사이고 싶습니다.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껴안을 넓은 가슴을 허락하셔요.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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