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년 10월 24일(음력) 조선 신도들이 교황에게 보낸 편지의 한문 원본이 발견됐다고 한다. 지금까지 포르투갈어로 번역된 것은 인류복음화성성 고문서고에 보존되어 있으나 그 한문 원본은 분실된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한국교회 2백주년을 맞은 이 시기에 발견된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무릇 역사학의 기본적 생명은 그 연구의 방법과 기술태도의 객관성에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교회의 역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史料의 사용과 확실한 논고라는 두 수단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천주교의 초대교회사의 해명에 귀중한 문헌사료가 될 「조선 신도들의 편지」 한문원본의 발견은 교회사학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것이다. 특히 교회사 하면 으례히 성직위계제 중심의 역사 치중하였던 지난날의 사관에서 하느님 백성의 전체상의 역사적 파악을 지향하는 서술의 기본이 된다는데 의미를 부여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의 한국천주교회에 있어 역사학의 일환으로서의 교회사학은 아직 다른 영역에 비하여 그 연구자의 수가 많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연구 성과의 양이 온전히 충분하다고 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연구자의 질량이 함께 항상, 증가하는 동시 사료의 발굴에 한 층 더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믿는 바이다. 그리하여 사료의 사용과 확실한 논고에 의한 편향성 없는 고도의 학술적 연구와 더불어 서술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한국천주교회의 교회사학의 발전을 기대하려는 것이다.
물론 교회사에 대한 최대한으로 고도의 대중화를 배제하는 것도 아니며 특수부문의 소수파에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높은 학문적 수준의 교회사연구에 기초한 성과를 학계와 더불어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동시에 전문적 학자들의 교회사연구 동호가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도편달로 그 동호가의 교회사학적 질적 향상이 바람직한 것이다.
그래야만 앞으로 신사료의 발굴에 활성화를 기할 수 있을 것이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오늘의 한국교회 내에 역사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역사인식에 대한 올바른 제시가 지금만큼 긴요한 때도 없었던 것 같다.
더욱이 이번의 사료발견에 비추어 우리 교회의 역사의식의 재고와 아울러 미래의 교회를 위하여 민족을 위하여 보편교회를 위하여 문서의 본관에 대해서 언급해야만 할 것 같다.
물론 교회당국이 제반문서의 연구 또는 기한적 보관에 노력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 바이다. 노파심에서 과연 제대로 되어지고 있는지, 문제의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듣는 바에 의하면 교구본부나 기타기관에 문서보관이 충분히 잘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이미 본란에서 교구 문서고의 설치를 강론한 바가 있거니와 거듭 여기서 또 재차 강조하려한다.
교회 당국은 교구본부에 문서고를 설치하여 문서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그 보관책을 강구하여야 하겠다. 로마교황청에서 고문서의 보관이 돼있지 않았다면 이번 「조선신도들의 편지」의한 문원본이 발견될리 없었을 것이다.
한국천주교의 2백주년에 즈음하여 2백년 동안의 사료발굴을 통감하고 있는 경험에 비추어 후세들에게 남겨줄 교회의 발자취를 실증적으로 하기 위하여 그 필요성을 실감하는 것이다. 교구본부에 할일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 바이나 차제에 용단을 내어 교구 문서고를 설치토록 강조하는 바이다.
역사는 내일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어제로부터 흘러오며 이미 지금은 역사 안에 있는 것이다. 어제의 문서와 아울러 오늘의 문서가 내일을 위하여 제대로 보관 보전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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