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해 보다도 유난히 추웠던 금년 겨울! 그리하여 봄을 기다리는 우리들의 마음은 더욱 조급했는지도 모른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대자연의 섭리를 알면서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연에 순응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휘몰아치던 북풍도 꽃소식과 함께 북상하는 남풍에는 밀려 나고 마는 것을! 우리사회 구석구석에 따스한 봄을 기다리며 소외된 농민 형제들에게 새봄이 돌아오기를 기원해 본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농민 형제들! 봄이 오면 부푼 꿈을 안고 씨앗을 뿌리며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소박한 마음들! 스스로 못배운 것이 죄요, 가난이 죄라고 여기며 겸허하게 살아가는 우리 형제들! 그들에게는 큰 욕심도 없고 심은 대로 거둔다는 소박한 인생철학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언젠가 부터 농민들의 마음은 찌들고 주름살만 늘어가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젊은이는 찾아보기 어렵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대부분 농촌을 지키고 함께 일하는 모습은 평화롭다기보다 처량한 생각까지 들게 한다. 시골 총각들은 장가들기가 어렵단다. 누가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했던가! 부지런히 땀 흘리는 농촌 형제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는 날이 하루 빨리 와야겠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작은 소망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공소 신자들 아니겠는가! 3년 전 이곳에 부임하여 어느 공소 방문을 나갔다. 함께 미사를 올리고 옹기종기 공소방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막걸리 잔치가 벌어졌다. 대뜸 『신부님, 노래 한곡 하이소』라는 교우들의 성화에 『미사 때 많이 하지 않았읍니까?』하니 성가 말고 유행가를 부르란다. 얼른 떠오르는 노래도 없고 해서 교우들 보고 먼저 하라니 전임 신부님이 즐겨부르시던 「찔레꽃」을 하겠단다.
모든 교우들이 어린이처럼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을 열창한다. 어느덧 남녀노소가 하나가 된 것 같고 그렇게 평화스러워 보일수가 없었다. 계속제창을 청하며 배운 노래가 「찔레꽃」이다. 그 뒤 공소를 방문할 때마다 신자들은 『찔레꽃 합시다』를 연발한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공소교우들의 마음에도 하루속히 봄이 왔으면 하고 기원했다. 영육간에 굶주려있는 그들에게 주님의 평화와 사랑을 기원해 본다. 농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하루속히 봄이 와야겠다. 『밝아 오는 새벽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라는 말이 떠오른다. 사랑과 평화는 하느님의 선물이지만 인간이 끊임없이 창조해야 한다. 몇 년 전 어떤 정치가의 말이 기억난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만다!』고 자유와 사랑과 평화의 물결을 그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우리가정에도 직장에도 학원에도 교회에도 사회에도 어서 빨리 봄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눈 먼 이가 자유를 누리는 해방의 그날을 고대하며 늑대와 새끼양이 한데 어울리는 새 하늘 새땅을 창조하자. 소외된 농민 형제들의 인간적인 삶을 기원하며 우리함께 손을 마주잡고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을 마음껏 노래하자. 이기주의적이고 배타적인 사고방식을 모두 모두 버리고 주님 안에 한 형제 자매되어 이 땅에 밝게 비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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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국외국어대학 교수이시며 청당동본당 총회장이신 한홍순 교수께서 수고해 주셨읍니다. 이번호부터는 안동교구 점촌본당주임이신 오성백 신부님께서 집필해주시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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