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올 김승립 신부
우리에겐 늘 침착하고 조용하기만 하던데 이 무슨 변이오! 이제 그대와의 마지막 접촉인 육신과도 하직하려 우리 여기 둘러서 있소.
긴 공부를 일단 마치고 귀국해서 일을 막 시작하려는 참에 이 어쩐일이오?
못 다한 얘기도 태산같은데 나이 많은 선배를 두고 왜 벌써 앞서 떠났단 말이오! 너무하오.
…허나 주의 섭리이기에 고개를 숙여야 하겠소. 주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큰 신뢰가 필요할것 같소.
그대가 보여준 조용한 순명의 덕을 나뉘주어야 겠소.
성소 때문에 겪은 진지한 고민과 과묵한 인내、신학생으로서 철학강의를 담당했던 그 열의、어쩔수 없는 난관을 당하면서 보여준 밝은 희망、평범한 일개 예수회원이란 이름속에 파묻혀 묵묵히 자기임무에 충실하고 겸허한 정열、이런 것이 우리에겐 믿음직하고 마음 든든한 기둥이었고….
아아! 이젠 아쉽기만 하오.
이왕 주의 품에 안기셨기에 우리를 위해 전구해 주리라 믿고、이제 더 한탄하지 않으리라. 거기서 우리를 지켜봐주길 바라오.
그대 한 알의 밀알이 되어 그대의 목숨이 주의어전에 흡족한 제물이 되었길 믿고 부디 한국 예수회에 많은 성소가 내리기를 기대하리다.
그대가 비운 일자리를 채우고 더 열심히 대신 일을 많이 하도록 우리에게 축복을 빌어주오.
그대 지상에서 못다한 일을 완성케하고 풍요한 결실을 거두게 천주의 자비를 빌어주길 부탁드리오.
김승립 신부!
부디 편히 쉬소서.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 부디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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