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의 평화와 가톨릭 교회의 발전과 성화를 위하여 계속 기도하시고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만나시는 등 바쁘신 교황님께서 우리나라에 까지 방문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기뻤읍니다.

사상 처음으로 우리 한국에 오시는 우리 교황님이기 때문에 더욱 영광스러운 것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아직 어린 우리 한국 가톨릭 교회가 볼 수 없는 으뜸이신 그리스도의 참 모습을 찾는 중대한 복음화의 발견단계에 있어서 교황님께서 빛을 주실 수 있는 방문이라고 생각되어 큰 기대를 걸고 있읍니다.

지금 우리 주교님들과 준비 위원님들은 2백주년 기념과 교황님의 방문을 한국교회의 선익을 위하여 주님의 뜻에 따라서 맞이하기 위하여 철저히 맞이하기 위하여 철저히 준비하고 있음도 사실이겠으나 잘못하면 모든 것이 형식화되고 행사위주가 됨으로써 그리스도의 기대에 어긋나는 식으로 끝나게 될 우려도 없지 않으므로 우리 측에서는 일시적인 흥분과 감격을 일으킬 수 있으나 교회의 장래를 위해서는 허전함밖에는 남는 것이 없게 되지나 않을까 하여 기도하며 아버지 같으신 교황님께 편지를 드리옵니다.

오늘의 인류가 그리스도교에 기대하는 바는 성대한 행사나 거창한 형식이 아니고 초기교회와 같은 사랑의 공동체이며 서민적인 교회로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이론과 설교보다는 실천과 행실로써 보여 주는 증거교회일 것입니다. 그런데 당연히 교황님께서는 짧은 기간의 방문시에 행사에 참여하시고 설교 단상에 서시게 되며 많은 성직자나 사회인사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복음에 보면 그리스도께서 세리와 같은 서민들과 함께 잡수시고 더 오래 더 자주 사귀시다가 바리사이파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으셨다는 말씀이 나와 있읍니다. 우리 교황님께서는 우리 나라를 방문하시는 동안 교회의 가견적 으뜸으로서 이번 방한길에 농촌들과 대단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시골 본당들을 찾아 보시는 서민교황님의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삼가 부탁말씀 드립니다.

인류를 사랑하시고 가난한 형제들을 사랑하시는 교황님께서 주님의 정신을 행동으로 보여 주실 수 있다고 믿는 뜻에서 오랫동안 반성한끝에 이 글을 올리게 되었읍니다. 오늘의 세계가 다 그런 것처럼 우리 사회와 교회도 정의와 평화를 강단에서 이론으로 외치는 설교예언자 보다는 사랑의 실천으로써 증거하는 생생한 웅변이 더 필요한 실천적 예언자시대임을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시는 교황님께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합니다.

교황님의 방문중의 계획이 사전에 완벽하게 짜여져 있고 시간과 경호문제 때문에 운영이 어려워, 고생을 많이 하고 계시는 시골신부님들과 교우들을 방문하시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겠으나 모든 선물을 다 제쳐놓으시고 자부적 사랑을 가지고 오시는 서민교황님께서 저의 소원이며 많은 교우들의 소망이고 그리스도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면 꼭 들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운영이 어려운 시골의 소본당들 중에 하나만이라도 방문하여 주시면 한국교회에 큰 교훈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바입니다. 교회역사가 짧고 가톨릭신자 수가 적은 우리 한국의 복음화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찾아서 초기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되살리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민적이고 복음적인 교황님의 산 증거는 신자들에게는 물론이요 한국의 모든 국민들에게 그리스도의 인상을 남김으로써 앞날의 복음화에 기반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교황님께서 형편이 허락치 않아서 저의 이원을 들어주실 수 없으셔도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일 것도 아울러 말씀 드립니다.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기쁜 여행을 하시는 동안 그리스도의 나라가 이 고장에 임하시는데 도움을 주는 거룩한 여행을 하시기 위하여 지금부터 기도드리는 시골신자 중의 한사람의 글을 이만 그치겠나이다.